“주문 도와드릴까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요즘 들어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현대 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지금도 길을 걷다 보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쥐고 걸어가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고수하는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족이 탄생하기도 했다. 까만 물,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왜 이토록 성행하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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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노의 역사
1773년, 북아메리카 식민지인과 영국인 간에 마찰이 잦았던 해에 ‘보스턴 차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영국의 차에 대한 부당한 과세로 보스턴 시민들이 분노하여 일어났다. 이를 계기로 미국인들은 차 대신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홍차 맛에 길들어진 미국인들은 쓴 커피에 물을 타 연하게 마셨다. 그리고 이것이 2차 세계 대전 이후 이탈리아인들에게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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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그 자체를 마셨던 이탈리아인들은 이를 ‘Caffe Americano’라고 불렀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메리카노’라는 이름의 시초가 되었다. 아메리카노라는 명칭은 1990년대에 미국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국내에서 대중화되었다. |
카페인, 정체가 뭘까
사람들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이유는 대체로 ‘잠을 깨기 위해서’이다. 이와 관련해 커피 성분 중 카페인은 1819년 독일의 과학자 룽게가 커피콩에서 처음 발견했다. 이후 프랑스 과학자들에 의해 커피의 ‘coffe-’에 알칼로이드(amine) 물질을 뜻하는 ‘-ine’를 붙여 ‘caffeine(카페인)’이라는 명칭이 만들어졌다.
카페인은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오면 아데노신의 작용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아데노신은 졸음을 일으키는 신호를 뇌에 전달하는데, 카페인이 중추신경을 자극하여 이를 억제한다. 따라서 졸음을 쫓고 뇌를 각성시켜 집중력을 높인다. 더불어 카페인은 아데노신의 지방 축적을 막아 다이어트를 돕고 지구력을 증가시킨다. 즉, 카페인의 각성, 지방분해 효과에 차가움이 더해져 사람들이 시험 기간, 운동 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는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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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커피문화
우리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고수하는 이유는 한국의 커피문화 영향도 있다. 관세청과 커피 업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약 11조7천억을 넘어섰다. 과거 국내 커피 시장은 인스턴트커피가 주를 이루었으나 2000년대 들어 스타벅스 등 다양한 커피 전문점이 늘어나면서 원두커피 시장이 급성장했다. 이에 따라 커피 전문점들의 경쟁이 치열해졌고 편의점까지 ‘가성비’를 내세우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렇게 한국에 커피 수요가 늘어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1999년 이화여대 앞, 미국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가 처음 런칭하면서 커피문화의 막이 열렸다. 런칭 초기, 200원짜리 달달한 믹스커피에 입맛이 길들어진 사람들에게 2500원짜리 아메리카노는 비싸고 쓴 사치 음료였다. 따라서 스타벅스는 런칭 초기 ‘과소비’의 상징으로 불렸고, 아메리카노를 사 마시는 사람들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면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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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타벅스를 찾은 사람들이 매료된 것은 바로 ‘분위기’였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문화와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스타벅스는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커피를 만드는 층과 마시는 층을 분리해 고객들에게 편하고 교양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게 해주었다. 이러한 새로운 공간은 카페 안에서 회의하거나 공부하는 ‘카공족’ 탄생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더불어 바다의 요정 ‘세이렌’이 그려진 로고는 스타벅스만의 특유 이미지를 각인시켜 텀블러, 테이크아웃 문화를 이끄는 데 앞장섰다.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아메리카노의 소비가 증가하고 커피문화가 퍼지면서 사람들은 ‘밥보다 비싼 커피’를 아무렇지 않게 사 마시기 시작했다. 스타벅스가 성장하면서 엔제리너스, 할리스, 투썸플레이스 등 커피 전문점이 생겨났고, 이에 맞서 믹스커피 제조업체들도 원두커피를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메리카노 가격에 부담을 느낀 고객층이 존재했다. 이에 더벤티는 2014년 부산대 앞에 ‘1500원짜리 벤티(대용량) 사이즈 아메리카노’를 출시해 대박을 터뜨렸다. 뒤이어 컴포즈커피, 더리터 등 테이크아웃 커피 브랜드가 생겨나면서 지금의 아메리카노 대중화를 가능케 했다. 즉, 고급화 전략으로 커피문화를 선도한 스타벅스와 테이크아웃 브랜드들의 ‘가성비’ 전략으로 전 국민이 부담 없이 커피를 즐기는 ’아메리카노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
아메리카노, 그 뒤엔
사람들은 이제 식사 후, 손님 대접, 수다, 장소 대여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아메리카노를 찾는다. 휴식과 비즈니스 자리에도 빠질 수 없게 된 아메리카노는 생활방식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도 우리에게 좋은 결과만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카페인을 계속 복용할수록 우리 몸은 아데노신 수용체를 더 만들어낸다. 즉, 카페인으로 피곤해진 몸을 깨우기 위해 다시 카페인을 찾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카페인 중독’이 된다. “Caffeine Calculator”라는 사이트에 들어가 자신의 몸무게와 자주 마시는 음료를 입력하면 카페인 최대 권장량을 알 수 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성인 하루 카페인 권장량은 약 400mg로 아메리카노 기준 3~4잔 분량이다. 하루 권장량 섭취는 간 질환 예방을 도울 정도로 신체 건강에 좋다. 하지만 이를 넘어갈 시 다양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먼저, 과복용 시 위장 점막을 자극해 속 쓰림과 소화불량이 발생할 수 있다. 더불어 신체 내 흡수 속도가 빨라 심장의 두근거림, 과호흡, 근육 경련을 일으키고 정신적으로도 흥분과 불안을 초래한다. 무엇보다 카페인은 칼슘 흡수를 방해해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신경과민을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문화 속에서도 신체 리듬과 안정을 위해 스스로 자제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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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의 애환
커피는 힘, 정열을 뜻하는 희랍어 ‘kaweh’와도 통한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사회적으로 아메리카노는 ’고달픈 취준생의 삶‘을 대변하기도 한다. 하루하루가 치열한 취업 준비생에게 ‘가장 빠르고 싸게’ 지친 몸을 깨우는 방식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목소리가 있다. 더불어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대학생들은 카페에 가면 가장 저렴한 음료로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는다. 방학 때는 토익, 인턴 등으로 쉴 틈 없이 달려가며 아메리카노가 하루의 별사탕 같은 존재로 그 휴식을 대체한다. 즉, 아메리카노는 젊은 청년세대의 치열한 현실을 상징하기도 한다. 우리는 아메리카노가 꼭 몸을 깨우기 위한 의미가 아닌 ‘이 시대 청춘의 애환’을 대표한다는 점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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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계절 가릴 것 없이 한국인의 주요 생활원이 된 아이스 아메리카노. 현재 ‘아·아의 세상’에 사는 우리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어떤 의미일까? 활력, 유행, 누군가에겐 위로일 수 있다. 하루 한 잔씩 구매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담긴 나의 삶은 어떤지 이번 기회를 통해 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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