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지난건대 다시읽기] 알고리줌(zoom)
교지 전 편집위원 김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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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검색하거나 관심 있게 본 상품이 모든 인터넷 페이지의 배너광고로 떠 있곤 했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광고에, 다음에 사자며 넘겼던 제품을 홀리듯 구매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또 가끔은 유튜브 알고리즘이 친구와 신나게 이야기했던 주제의 영상을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일도 있었다. 구글의 음성인식 AI 서비스 중 ‘청취’기능이 활성화된 상황에서는 타인과 나눈 대화도 수집될 수 있어서 대화중에 말하는 단어를 포착하여 알고리즘에 반영하기 때문이었다.* 나의 모든 말과 행동이 알고리즘에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내가 보고 있는 모든 광고와 영상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고 나는 이미 구글과 포털 사이트의 알고리즘이 필터링해주는 정보환경에 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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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인식 AI와 나눈 대화 수집… 국내서도 사생활 침해 논란, 동아일보, 2019년 9월 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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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을 분석해서 효과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표적으로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인 ‘페이지랭크(PageRank)’는 사용자의 로그인 정보, 이용 사이트, 검색기록을 분석하여 당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이트를 좋아하는지 분석하고 있다. 로그인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사용 결과를 분석하여 사용자가 어떤 페이지를 클릭해보고 싶어 하는지 예측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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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알고리즘은 기업의 매출에 영향을 준다. 앞서 설명한 구글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통해 개인의 기호에 맞게 정보를 제공한다. 우리는 구글에서 검색을 할 때, 모두에게 항상 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구글이 우리에게 최선이라고 추천하는 ‘맞춤형’, ‘개별화’ 된 결과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검색 결과가 사람마다 완전히 다르다. 유튜브 영상 추천 알고리즘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용자가 보고 싶어할만한 영상을 추천해주며 사용자의 시청시간을 극대화한다. 시청시간이 길어질수록 수익성은 높아지기에 기업은 광고매출을 얻어간다. 게다가 정보가 사용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수록 그 광고제품을 사용자가 구매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효과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 그렇기에 실제로 유튜브의 최고 상품 담당자(CP0) 닐 모한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유튜브 시청시간 70%가 추천 알고리즘에 의한 결과며, 알고리즘 도입으로 총 비디오 시청시간이 20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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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 프레이저, 생각 조종자들, 2011, p1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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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알고리즘이 엄선해준 ‘나’를 위한 콘텐츠만 열심히 보고 듣게 된다. 알고리즘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점점 주의력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관심사에 딱 맞는 정보를 추천해주기 때문에 사용자의 편리성을 증대시켜준다. 하지만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편리성뿐만 아니라 중독성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세상’에서 이러한 중독성은 인간의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을 강화한다.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신념에 따라 정보를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해석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알고리즘이 추천해준 자신의 취향에 맞게 맞춤화된 정보만 보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원하는 정보만 보고,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신문사만을 구독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확증편향이 이루어지는 사고 안에서 사람들은 이제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한다. 결국 믿음과 사실이 충돌하면 믿음을 선택하고 사실은 외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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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알고리즘의 힘은 정치적 측면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한다. 1931년 올더스 헉슬리가 쓴 책 「멋진 신세계」는 알고리즘이 국가의 손에 넘어가 권력도구로 활용이 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집약적으로 잘 보여주는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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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계급의식이라고 그랬나? 어디 확성기로 조금 더 크게 들어서 다시 들어보지.” 방 끝에 확성기 하나가 벽에서 튀어나와 있었다. 국장이 그곳으로 걸어가서 스위치를 눌렀다. “..... 모두 초록색 옷을 입어요.” 부드럽지만 아주 명확한 목소리가 중간부터 얘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델타 아이들은 황살색 옷을 입습니다. 아, 싫어요. 난 델타 아이들하고는 놀고 싶지 않아요. 엡실론들은 더 형편없죠. 그들은 너무 우매해서 글을 쓰거나 읽을 능력이 없어요. 그뿐 아니라 그들은 너무나 흉측한 빛깔인 검정색 옷을 입었어요. 나는 내가 베타여서 정말로 기쁩니다.”
“알파 아이들은 회색옷을 입어요. 그들은 너무나 무서울 정도로 총명하기 때문에 우리들보다 훨씬 열심히 일합니다. 나는 그렇게까지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베타가 되었다는 것이 정말로 굉장히 기쁩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들은 감마나 델타보다 훨씬 좋습니다. 감마들은 어리석어요. 그들은 모두 초록색 옷을 입어요. 그리고 델타 아이들은 황살색 옷을 입습니다. 아, 싫어요. 난 델타 아이들하고는 놀고 싶지 않아요. 엡실론들은 더 형편없죠. 그들은 너무 우매해서 글을.....” 국장이 다시 스위치를 눌렀다. 목소리가 잠잠해졌다. 유형처럼 나지막한 목소리가 80개의 배게 밑에서 계속 웅얼거렸다.
“그들은 잠이 깨기 전에 저 소리를 40번이나 50번 거듭해서 듣고, 목요일에 다시, 그리고 토요일에도 또 듣는다. 일주일에 세 번 120번씩 30개월 동안 듣게 된다. 그런 다음에 그들은 보다 상급반 학습으로 넘어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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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책의 구절은 국가에서 만들어낸 인간의 5가지 계급(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의 계급을 정당화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계급에 불만을 가지지 못하도록 설계된 계급교육이 반복적인 세뇌 학습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을 묘사한 장면이다. 다른 장면에서는 수면 중 무의식에 빠져있을 때 반복된 음성을 들려줌으로써 수십만 번에 걸친 세뇌 교육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세상에서 아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계급의 부당함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모든 사람들은 매 순간 만족을 느끼고 아무도 반란을 꿈꾸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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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뇌교육과 알고리즘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알고리즘 세계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되면 나와 반대되는 것들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게 된다. 이로 인해 편향된 생각을 가지게 되고, 인간의 고유한 비판적 사고능력은 망가질 것이다. 이는 세뇌교육을 통해 정상적인 사고체계가 무너진 아이들이 계급체계의 잘못된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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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헉슬리의 우려는 실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요인 중 하나로 SNS를 꼽을 수 있다. 미국 정부의 허술한 데이터 통제 분위기 속에서 트럼프 캠프는 페이스북 회원 27만 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했고 개개인의 성격과 성향을 세분화하여 트럼프의 당선을 도울 개인 맞춤형 타깃 메시지를 내보냈다. 트위터에서는 특정 해쉬태그를 클릭하면 트럼프 광고가 자동으로 리트윗되었다. 유권자들은 선거 내내 자신의 정보를 바탕으로 한 ‘개별화된 맞춤형’ 정보에 노출되었다. 더이상 SNS 속 정보가 유권자들의 선택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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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 프레이저, 생각 조종자들, 2011, p2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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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알고리즘은 ‘이념 양극화’에 일조한다. 유튜브는 가짜뉴스와 극단주의를 조장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 이용자를 더 오래 화면 앞에 잡아둬 수익을 극대화하고자 하기 때문에 유튜브를 통해 정치 뉴스를 접하다 보면 자신의 성향에 맞으면서도 좀 더 자극적인 영상들에 노출이 되고 그러한 정보만이 진실이라고 믿게 된다. 특히나 유튜브에는 댓글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댓글에서 모이게 되기 때문에 다른 입장의 사람들을 이해하는 기회를 얻기는 더욱 힘들어지고 나의 생각과 판단은 더욱 공고화된다. <시사 IN>의 미디어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소위 ‘4대 매체’라 불리는 전통의 레거시 미디어들은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응답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로 ‘유튜브’를 뽑았다. 하지만 알고리즘이 가짜뉴스와 극단적인 내용을 추천하고 있는 것을 알고도 여전히 유튜브를 신뢰할 수 있는 언론매체로 말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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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이후, 디지털 매체의 영향력은 더욱 강화되었다. 디지털을 활용하고 다루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로부터 얻은 지식과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소화하고 처리할 것인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는 ‘미디어’와 ‘리터러시’의 합성어로, 미디어에 접근할 수 있고 미디어 작동 원리를 이해하며 미디어를 비판하는 역량을 넘어 미디어를 적절하게 생산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최근 학교에서도 미디어 리터러시를 중요 교육 과제로 선정될 정도로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사실을 말하는 미디어가 편향이 담겨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내가 선택한 정보가 옳은 것인지 아닌지를 끊임없이 환기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디지털 매체에서는 우리의 선택이 우리가 읽는 정보의 질을 결정한다. 그러므로 어떤 기사를 클릭하고, 어떤 자료를 다운로드 할 것인지 결정하는 모든 순간순간의 ‘선택’과 정보가 진실인지 가짜인지 파악하고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나의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의 몫인 것이다. 알고리즘이 추천해준 나와 이념과 성향이 맞는 정보만 취득하고, 그러한 사람들과만 교류하는 것은 정보의 편식이며 이는 불균형한 사고로 이어진다. 해답은 알고리즘을 피하고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통해 스스로 분별력 있게 해석할 수 있는 면역을 기르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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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교지편집발행부 건대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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