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모기 없는 세상을 반길 수 있나요
교지 전 편집위원 김성원 |
|
|
[지난건대 다시읽기]는 『건대』의 지난 호 중 다시 읽어볼 만한 양질의 기사들을 선별해 보내드리는 코너입니다.
저번 한 주 반소매를 입은 사람들과 자주 마주쳤습니다. 햇볕도 바람도 덥혀지고 있다는 걸 눈으로 몸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여름이 머지않았음을 실감하게 되는데요. '여름'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바다, 녹음, 시원한 수박, ... 이렇게 생각만으로 즐거워지는 단어들이 있는가 하면, 모기의 존재도 빼먹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모기 없는 세상, 모기를 없애는 세상은 가능할까요? 이번 건빵레터는 유전자 조작 모기를 비롯해 자연을 변형하려는 시도를 경계심을 가지고 관찰합니다. 2020년 가을 120호의 <당신은 모기 없는 세상을 반길 수 있나요?>,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
|
여름철, 밤잠을 못 이루게 하는 불청객 모기를 반기는 사람이 있는가? 아마 대부분 모기를 싫어하며 혹자는 아예 지구에서 사라져버리기를 바라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그 바람처럼 정말 모기가 없는 미래에서 살지도 모른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모기를 근절하기 위해 영국 바이오기술 회사 ‘옥시텍’이 만든 유전자 조작 모기(OX5034) 7억 5000만 마리가량을 2021년에서 2022년에 걸쳐 방생하기로 했다. 이 유전자 조작 모기는 수컷으로, 암컷의 새끼 번식을 억제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OX5034 수컷이 야생 암컷 모기와 교배했을 때, 새끼가 암컷이면 유충 단계에서 죽고 수컷이면 OX5034와 같은 유전자를 퍼뜨리게 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결국 실질적으로 피를 빨며 질병을 옮기는 암컷의 개체 수는 점차 줄고, 결과적으로 전체 모기 개체군이 축소될 것이다. |
|
|
모기는 사람의 피를 빨아 간지러움을 유발하는 것을 넘어 말라리아, 지카 바이러스와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매개하는 곤충이다. 따라서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이용해 인간에게 해가 되는 모기를 제거한다는 계획은 그저 달콤하게만 들린다. 하지만 동식물 유전자 조작에 있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사실이 있다. 바로 자연은 실험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유전자 조작 모기 방생 결정에도 여러 우려가 따른다. 환경단체는 유전자 조작 모기가 먹이 사슬에 영향을 미치거나 인간에게 유전자를 옮길 가능성과 같은 문제를 제기했는데, 그중 가장 우려스럽고 가능성이 보이는 것은 야생 모기가 조작 유전자에 저항성을 갖게 될 때와 테트라사이클린 내성 유기체를 촉진하는 경우이다. 전자는 유전자 모기의 짝짓기로 인해 태어난 애벌레의 약 4%가 죽지 않고 성장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이렇게 성체가 된 모기가 만약 조작 단백질에 저항하는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면 자연 선택설에 의해 이 유전자를 보유한 개체 수가 늘어나게 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유전자 조작 모기 방생의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 후자는 유전자 조작 모기에 삽입된 유전자가 테트라사이클린 항생제를 받지 않으면 다른 유전자가 억제되고 성체에 도달하기 전에 죽게 하는 단백질(tTAV)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즉, 유전자 조작 모기는 사멸되도록 설계되었지만, 이들이 죽은 후에 남긴 박테리아는 사멸 사슬이 없으므로 번식하게 된다. 이로 인해 테트라사이클린 내성 유기체가 촉진될 가능성이 있다. 이 내성 유기체는 축적물로 토양 등에 남아 자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실험진은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이와 같은 중간 과정에서의 문제를 통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앞서 말했듯 자연은 실험실이 아니다. 상세한 연구와 영향 평가 없이 유전자 조작 모기를 자연에 방생하고 그 후의 조짐을 지켜보며 관리하겠다는 것은 다소 모험적으로 들린다. 물론 유전자 조작 모기로 인해 영화에 나올 법한 괴생명체가 탄생한다던가 생태계가 뒤흔들릴 정도로 먹이 사슬이 붕괴하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하지만 자연에 미치는 영향이 인간에게 어떤 방식으로 돌아올지도 확신할 수 없으며 그 위험 부담은 오롯이 인간에게 주어진다. 사실 동식물 유전자 기술에 대한 우려는 이번 일만의 문제가 아니다. GMO 식품은 우리 삶에 가장 밀접한 유전자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작물의 유전자를 새롭게 변형시켜 만든 식품을 말하는 GMO는 생산성과 질을 높일 수 있으며 제초제와 살충제의 사용을 줄여서 환경보호에 이바지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나이지리아는 해충에 내성이 있는 GM 농작물 재배를 승인하며 선진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의 GM 농작물 재배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GM 농작물의 재배로 인한 기근 해결과 경제 발전은 개발도상국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정성 질문에 대한 대답에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식품이 인체에 미치는 위험성에 대해 검증은 계속되고 있고 GM 작물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또한 확실하지 않은 부분이다. GM 작물의 인체 안정성 문제는 새로운 독성물질을 생성할 가능성,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 필수 영양성분의 변화 유발 가능성, 항생제 내성 문제 유발 가능성, 장기적 영향을 들 수 있다.* 물론 GM 작물을 시장에 유통하기 위해서 각국마다 안정성 평가를 거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지적받는다. 일례로 프랑스 깡(Caen) 대학의 에릭 세랄리니 교수가 몬산토사가 개발한 유전자변형 옥수수(Mon863)의 생체 안정성 실험 결과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발표했다. 그 내용은 90일간 옥수수를 쥐에게 먹인 결과 간과 신장에 유독한 증세를 드러냈고, 성별에 따라 체중의 차이가 나타났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를 2003년 식품으로, 2004년에는 사료용으로 승인했다. 즉, 개발회사의 자료에도 안정성에 문제점이 노출된 품종이 안정성 평가를 통과해 시판되었던 셈이다. 다음으로 GM 작물의 환경 위해성 문제이다. GM 농작물의 시험 재배와 검증 기간은 길어야 6개월에서 2~3년을 넘기지 않는데 이 기간동안 한정적인 면적에서 실험한 결과를 가지고 장기적 부작용을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자연 생태계의 모든 위해 대상을 평가하여 심사할 수 없다는 점도 큰 한계점이다. 더군다나 2006년 미국 코넬대 앤더슨 교수팀의 연구, GM 면화가 도입되었던 아프리카의 사례 등에 따르면 GM 작물이 기존의 작물과 비교했을 때 제초제나 살충제 사용이 크게 줄어들지 않았고 수확량조차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바도 있다.
*유전자 변형 식품 표시제도 개선방안 연구, 2014, 소비자안전센터, 소비자안전국 식의약안전팀 |
|
|
계속된 우려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치료제, 유전자 가위 등 인간의 유전자 기술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인간의 선택 폭이 넓어지는 것은 긍정적이다. 우리는 기술로 인해 더 길고 질 높은 삶을 영위하고 그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다만 필자가 우려하는 바는 우리가 동식물 유전자 기술에 있어서 인간 관련 유전자 기술에서보다 상대적으로 더 관대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유전자 기술이 위험성에 비해 높은 이익을 가져다주는 기술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동식물 유전자 기술의 영향력에 더욱 무디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는 인간을 주제로 한 실험에 굉장히 예민하다. 과거 황우석 박사 사건 같은 일련의 경험으로 인해 우리는 인간 유전 기술의 윤리성에 대해 깊게 고민해볼 기회가 많았고 사회적으로 과학 기술 발전의 선을 지정해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것에 이견이 없는 상태이다. 덕분에 인간 유전자 기술은 윤리적, 제도적 장벽이 굉장히 높고 발전이 한정적이다. 실제로 중국의 경우 2018년 한 과학자가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 저항하기 위해 두 쌍둥이 배아를 유전자 가위로 편집한 사건이 있어 인간배아 실험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는 동식물 유전자 기술에 있어서는 여전히 관대하고 무관심한 경향이 있다. 마트에서 GMO 표기 라벨을 따로 확인해본 적이 있는가? 혹은 유전자 조작 모기가 생태계에 미칠 종합적인 영향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이번 플로리다 주의 경우에도 유전자 조작 모기 방생을 허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기준이 허술하다는 환경단체의 의심이 뒤따랐다. 동식물 유전자 기술에 제기될 수 있는 우려는 표면적으로 인간에게 직접적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처럼 보이며 인간 유전자 기술에 있어서보다 공포감이 덜하다. 따라서 우리는 동식물 유전자 기술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기술이 가져다주는 일차적인 장점에 쉽게 매몰된다. 그렇다면 유전자 기술을 손에 쥔 우리는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기술을 소비해야할까. 필자는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공평한 경각심일 뿐이다. 당장 인간을 위협하는 표면적인 위험성뿐 아니라 자연 전체를 놓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유전자 기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의구심을 활발하게 표하고 그에 대한 답을 지속해서 구해낼 때 유전자 기술은 안전하게 응축되고 우리는 현명하게 기술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
|
|
‘자연 속에서 인간의 영역은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모두 한 번쯤은 고민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기후 위기에 대한 뉴스를 접할 때, 복제 인간 영화를 시청할 때, 혹은 올해 인류를 덮친 코로나 19에 대응하는 우리의 모습을 볼 때 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마치 모든 동식물, 넓게는 온 세상을 손바닥 위에 놓고 조정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그들과 크게 다른 바 없이 약한 존재이다. 바이러스나 재해 같은 예상치 못한 자연의 변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도 하고 스스로 파멸에 이르기도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쉼 없이 발전해왔고 이제는 정말 ‘신’의 영역에 도달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불변하는 사실이 있다. 우리 삶의 터전인 자연이 균형을 잃고 무너진다면 그곳에 인간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동식물이 우리 손바닥 위에 놓인 기물이 아니라 소중한 동반자임을 상기하고 유전자 기술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자연은 어쩌면 인간이 지켜야 할 구성원의 역할에 대해 이미 경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
|
|
건국대학교 교지편집발행부 건대교지
주소 서울시 광진구 능동로 120 제1 학생회관 309호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