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기존의 힙스터 문화’, 즉 주류를 배척하는 비주류 문화는 ‘변모한 힙스터 문화’에 묻혀 사라진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다만 기존의 힙스터들이 더욱 격렬하게 스스로 힙스터라고 정의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대중화된 힙스터 문화보다 두드러지지 않는 것이다.
기존의 힙스터들은 이전보다 더욱 비주류인 문화를 찾아 떠난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난다. 바로 힙스터로 인한 문화의 순환이다. 기존의 힙스터는 주류 문화로 편입되어버린 비주류 문화를 더는 선호하지 않는다. 즉, 기존의 힙스터들이 차지하고 있던 비주류 문화가 변모한 힙스터들의 차지가 되자 이를 놓아버리고 또 다른 비주류 문화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이렇게 ‘대중화된 힙스터에게서 도망치는 기존의 힙스터’의 양상으로 인해 문화는 순환하게 된다. 결국, 이는 주류와 비주류가 언젠가는 서로 자리가 교체될 수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먼저 비주류 문화가 주류 문화로 편입되는 것을 우리나라에서 단적으로 볼 수 있는 예가 최근 유튜브 채널 ‘네이버 온스테이지’에서 화제가 된 이날치 밴드이다. 퓨전 국악이라는 전형적인 비주류 장르의 음악을 해오던 이날치 밴드는 소수의 팬층을 가진 인디 뮤지션이었지만 그들의 무대 영상은 2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기이할 정도의 인기를 끌었다. 댓글 속 대중의 반응은 하나같이 ‘힙하다’ 였다. 귀에 익은 판소리와 밴드 사운드의 조화, 그리고 댄스팀의 신선한 의상과 안무가 맞아떨어지면서 대중의 니즈를 만족하게 한 것이다. 이렇게 대중화된 힙스터 문화로 이날치 밴드는 편입되었고 이후 출연한 한국관광공사 홍보 영상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지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자리를 빼앗긴 기존 힙스터들의 모습은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이들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비주류를 향한 힙스터들의 움직임은 어느 정도 규모와 패턴이 있다. 첫째, 관심이 식어버린 오래된 장르로의 이동을 시도한다. 음악의 경우, 모든 장르에는 전성기가 있다. 록과 재즈, 힙합과 같은 굵직한 장르의 유행뿐만 아니라 그 세부적인 장르 역시 시대에 따라 유행이 변화하고 멸종하기도 한다. 1980년대, 경제 성장 시기의 일본에서 유행했던 ‘시티 팝’ 장르가 2010년대 이후에 이르러 재정의되고 다시 유행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힙스터는 그중에서도 먼지가 가득 쌓인 장르들을 노린다. 실제로 현재 힙스터들 사이에서 1960~70년대 유행했던 프로그레시브 록*이나 1980~90년대 유행했던 슈게이징**이 인기를 끌고 있다. 둘째, 아예 새로운 시도를 하는 실험적인 장르로 이동한다. 최근 장르 간의 크로스 오버가 빈번해지면서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장르들이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다. Emo 음악적인 색채로 힙합을 노래하는 Emo 힙합***, 그리고 재즈, IDM****, 펑크, 클래식 등과 같은 다양한 장르에서 영향을 받아 전혀 새로운 사운드 실험을 시도하는 포스트락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실험적 장르는 보통 인디 뮤지션들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생성되고 발굴된다.
*진보적인(Progressive)+락(Rock).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특정한 틀에 갇히기를 거부하고, 록을 기반으로 클래식, 재즈, 포크, 민속음악, 사이키델릭 등과의 장르적 크로스 오버를 시도한 장르를 말한다. 대표적인 밴드로는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가 있다.
**1980년대 중반 영국에서 시작된 인디 록의 흐름으로, 몽환적인 사운드 질감, 디소토션이 잔뜩 걸린 기타 사운드, 희미한 보컬이 특정이다. 한 평론가가 ‘자기 신발만 보고 연주한다’고 언급한 것에서 착안해 신발을 본다는 뜻의 슈게이징(Shoegazing)으로 이름 붙여졌다. 1990년대 초반 전성기를 맞이했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대표적인 밴드로는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 슬로다이브(Slowdive), 라이드(Ride), 한국 밴드로는 ‘비들기 우유’가 있다.
***1980년대, 기존의 펑크가 추구하는 사회비판과 저항정신에서 벗어나 이모셔널(emotional), 즉 감성을 노래하는 밴드가 등장했다. 이로 인해 이모셔널 하드코어 장르가 등장했고 인디음악과 결합하여 발전하던 이모 음악은 펑크와 결합하며 메인 컬처로 진출했다. 이후 이모 음악은 메탈코어와 섞이며 더욱 발전했으나 과도한 메이저화로 장르의 침체가 일어났다. 이렇게 잊혀 가던 이모 음악은 릴핍(lil peep)과 XXX tentacion에 의해 각각 얼터너티브락, 흑인 음악과 결합되어 다시금 부활했다.
****Intellegent Dance Music의 약자로, 1990년대 전성기를 누린 일렉트로니카 장르이다. 테크노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에이펙스 트윈(Apex twin)에 의해 스타일이 정립되었다. 대체로 복잡한 비트에 추상적인 멜로디나 사운드를 얹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결국, 이렇게 ‘대중화된 힙스터에게서 도망치는 기존의 힙스터’로 인해 관심이 식었던 장르의 부활이나 새로운 장르로의 확장이 일어나는 셈이다. 이런 순환은 음악뿐 아니라 패션 분야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통 넓은 바지를 다시 입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