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의 슬로건에는 그 대학의 정체성과 비전이 담깁니다. 대학교의 슬로건이 학교의 대내외적 이미지에 영향을 끼치고, 브랜드 가치에 기여함에 따라 실제로 다른 많은 대학에서 브랜딩의 일종인 슬로건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2023년 성균관대학교에서 <성균관대 브랜딩 프로젝트>를 시행하여 슬로건 공모전을 개최하였고, 2024년 세종대학교에서 <2024 세종대학교 브랜딩 프로젝트>를 시행하여 학위복·마스코트·슬로건을 변경했습니다. 성균관대학교의 "예로부터 나라의 인재는 성균에 모여 왔으니, 그대 머묾이 우연이겠는가", 서울대학교의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등이 정체성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슬로건으로 평가받고 있죠.
이렇듯 슬로건은 특정한 이미지를 고착하는 효과를 지니고, 나아가 구성원들의 자부심을 고취하는 중요한 역할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대학 설립의 철학이라든지 교육 이념, 고유한 정체성이 잘 반영되어야겠지요. 발전 전략이 바뀐다고 해서, 비전이 새로이 설정된다고 해서 우리 대학의 역사와 정체성이 바뀌진 않습니다. 슬로건이 총장마다 다르게 구성되는 목표나 계획에 따라서 좌우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대학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총장 체제만을 대표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전략기획팀은 이번 공모전에 대해 학생, 교원, 직원으로 구성된 1차, 2차 심사위원회를 거쳤으며, 1차 심사위원회에서 전체 응모작에 대해 심사했고 상위 그룹의 응모작에 대해 2차 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건국, 세계를 이끌 녹색의 물결”이 최종적으로 선정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타 대학의 사례를 살펴보면 성균관대학교는 2023년 슬로건 참가작을 받아 후보를 추려 투표를 통해 선정했고, 단국대학교도 2018년 공모전을 열어 후보작을 1차로 선정하고, 2차로 재학생들의 투표를 통해 선정했습니다. 이외에도 부산외국어대학교, 조선대학교, 가천대학교 등에서 전체 구성원들의 투표 과정을 거친 뒤에 슬로건을 확정했습니다. 슬로건 문장에 의미를 채워나가고 우리의 핵심 가치를 현실로 만들어내는 것은 대학의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하는 일이기에, 모두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한 이번 슬로건 선정 과정이 아쉽습니다.
9월 1일 취임한 원종필 총장의 임기는 4년입니다. 임기가 끝나고 새 총장이 취임하면 슬로건이 또 바뀌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4년 후에는 대학 이미지의 확실한 구축과 홍보를 위해서라도, 슬로건이 총장과 함께 변경되는 것이 옳은지 숙고해보면 좋겠습니다.
참고기사
한국일보, 2003.07.13. “대학가 이미지 마케팅 '붐'.. 슬로건ㆍ로고등 재단장”,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0630234?sid=102
파이낸셜뉴스, 2011.05.11. “김진규 총장 “건국대,스마트·글로컬대학으로 거듭난다””, https://www.fnnews.com/news/201105111733571282?t=y
동아일보, 2013.10.24. “송희영 총장 “내년 美 실리콘밸리에 건국대 미래창조센터 세웁니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31024/58421084/1
뉴스1, 2017.02.28., “건국대 아시아 100대 대학 비전 선포식”, https://www.news1.kr/photos/2407106
베리타스알파, 2020.08.31. “건국대 전영재 신임 총장, 1일 취임”, https://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337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