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서 혼밥, 혼영 등 혼자 무언가를 하는 문화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혼자 밥을 먹고 영화를 보는 행위를 어색하게 여기고 좋지 않게 보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다기보다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끊임없이 의식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이다. 무엇이 우리들의 사고를 이렇게 만든 것일까?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관계 속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공통된 의견에 동조하면서 일체감을 형성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소속감이라는 단어 이면에는 묵살되는 개개인들이 있다. 이들 각자의 사고는 다수의 시선에 의해 축소되고 점점 사라져간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의 관계주의에서 비롯된다. 우리 사회의 관계주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사회 속 관계주의의 양상 관계주의란 일반적으로 개개인의 인격체보다 사람들이 속해 있는 크고 작은 관계들을 우선시한다는 뜻이다. 관계주의로 둘러싸인 이 사회는 관계 속에서 벗어난 개인에게 곱지 않은 시선들을 보내고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또 한국 사람들은 ‘우리’가 되었을 때 갖는 힘을 중시한다.* 소속되기를 희망하는 집단에서 타인과 함께 ‘우리’가 되었을 때 삶의 원동력을 얻기도 하지만, 반대로 ‘우리’가 되지 못했을 경우 더 깊은 외로움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본인의 생각이나 의지와는 다르게 각자가 소속되어 있는 관계의 흐름대로 행동한다. 이러한 관계들이 지치면서도 이 관계망에서 벗어나게 되면 인정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괴로움을 호소한다.
사회 속에는 동창회, 향우회, 동호회 등 다양한 관계들이 산재해 있다.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개인들이 모여 인원수만큼 다른 생각들이 존재하지만 정작 집단 내에서는 하나의 의견, 바로 다수의 의견으로 수렴된 집단의 의견만이 남는다. 집단 내에서 개개인들이 그 자체로 존중받고 각자가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참고: 서영석·안수정·김현진·고세인, 한국인의 외로움(loneliness): 개념적 정의와 측정에 관한 고찰, 한국심리학회지: 일반, Vol.39, 2020년, 232쪽.
관계의 본질 개개인들이 존중받고 집단 내에서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인간관계의 본질에 대해 잠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사람들은 모두 서로 살아온 시간과 환경들이 상이하기 때문에 사고의 바탕과 과정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또한 계속하고 소통하고 피력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가지는 시선에 사로잡혀 가슴 속 생각들을 꾹 억누르지 말고 끊임없이 표현해야 한다. 개인들이 본인의 의견을 표현하면 다른 개인들, 나아가 집단 전체는 존중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반복되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소속감을 느끼며 집단이 진정 내집단으로 거듭나게 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단순히 집단 내 소속감을 위해 자신을 집단에 맞추고, 타인에 맞추는 등 끌려다니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입장, 생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결국은 타인이다. 다수의 생각과 사고에 맞춰서 본인이 살아갈 이유는 없다. 이것은 이기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엄연히 다르다. 개인주의는 집단주의 문화권에서 발현하는 상호의존적 자기관에서 탈피하여 독립적 사고를 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이기주의는 인간의 본성이 본인의 이익 추구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어 남에 대한 배려가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집단에서는 관계주의와 개인의 인격체가 존중되는 개인주의가 공존하여야 한다.
“나는 감히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가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생각한다. 만국의 개인주의자들이여. 싫은 건 싫다고 하라. 그대들이 잃을 것은 무난한 사람이라는 평판이지만, 얻을 것은 자유와 행복이다. 똥개들이 짖어대도 기차는 간다.”
– 개인주의자 선언 中 -
위 문장은 2015년 9월 출간된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에서 일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작가는 근대적인 의미에서 ‘개인’이란, 한 명의 시민으로서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합리적으로 수행하는 자라고 지칭한다. 현재 한국 사회는 개인주의를 집단의 화합과 전진을 저해한다고 여기고 있다. 그것보다 개인들이 자존감을 높임과 동시에 집단이 연대해야 한다. 각자가 모인 집단이 연대하고 그 안에서 개개인들의 다름을 존중한다면 살아가기 더 좋은 사회로 발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