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교수직을 맡아서 학생을 가르치신 지 어느 정도 되셨나요? A. 내가 1995년에 건대에 와서 27년째일 거예요. 그전에 시간 강사 1년 했어요.
Q1-1. 그러면 신종플루나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재직하셨겠네요. 그때 강의는 코로나 19 때와 비교해서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나요? A. 그땐 화상 강의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그리고 그 당시는 코로나처럼 광범위하게 환자가 나오지 않았고, 걸리더라도 가뭄에 콩 나듯이 적었어요. 그래서 대면으로 강의하면서 질적으로 수업에 영향이 있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
Q2.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 중 선호하시는 수업방식은 무엇인가요? A. 대면을 훨씬 선호해요. 예를 들면 라이브 공연과 녹화 공연 중 사람들이 라이브 공연을 더 선호하는 것과 비슷해요. 물론 가수 입장에서 라이브가 힘든 사람은 라이브보다 녹화하는 걸 선호할 거예요. 학교 수업도 마찬가지로 학원처럼 일방적으로 정보만 전달해도 된다면 비대면을 해도 상관없어요. 그런데 특히 내가 가르치는 수업은 정보전달뿐 아니라 학생들이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피드백과 질문을 받아야 해요. 비대면을 했을 때는 e-campus의 QnA 코너에 질문하는 학생들이 몇 명 있긴 한데 대부분 하지 않고, 하더라도 강의실에서 직접 이루어지는 것보다 현저히 적어요. 그런 의미에서 나는 대면 강의가 훨씬 낫고 교수와 학생이 같이 생각하는 철학과는 전반적으로 그런 것 같아요.
Q3.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비대면 수업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A. 장점은 가르치는 사람과 학생 모두 일정 조절이 쉽다는 거예요. 교수인 저는 비대면을 하면서 유일하게 수업 시간과 상관없이 강의를 녹화할 수 있었던 점이 편하고 좋았어요. 학교에서 제공하는 스튜디오에 예약을 잡아 어떤 날은 3일 만에 한 주 강의를 마치고 이틀을 쉰 적도 있어요. 학생들의 경우 낮에 아르바이트하고 저녁에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요. 그리고 학교에서 집이 먼 학생들이나 교수들은 통근 거리와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단점은 기간 내에 녹화 강의를 들어도 되다 보니 학생들이 강의를 미루다가 포기하기 쉽다는 거예요. 녹화 강의가 이해되지 못한 부분은 돌려보고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그런 학생들은 소수예요. 답안지를 보면 확실하게 공부한 학생들이 적다는 것이 보여요. 더불어 코로나 이후로 완화 상대평가를 시행하면서 학생들이 학점, 졸업장보다 무엇을 ‘배워간다’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어요.
Q4. 비대면 강의 중 실시간 강의와 녹화 강의 방식이 있는데, 그중 어떤 방식을 주로 이용하셨나요? A. 나는 개인적으로 녹화방식을 이용했어요. 왜냐하면, 나는 수업할 때 교실에 있는 큰 칠판을 써야 하는데 줌에서 칠판을 쓰기가 쉽지 않아요. ppt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사람들이 그걸 보느라고 내 수업에 온전히 집중을 못 하는 안 좋은 점이 있어요.
Q5. 비대면 강의하시면서 불편함을 느끼신 적이 있나요? A. 종종 기술적인 문제들이 발생할 때 불편했어요. 예를 들어 SD 카드에 문제가 생겨서 다시 촬영한 때도 있고, 촬영과정에서 초점이 잘 안 잡힌 일도 가끔 발생했어요.
Q6. 비대면 강의하시면서 겪으신 특별한 사건이 있으신가요? A. 나는 보통 학생들을 만나면 누군지 알아보는 편인데, 학생들과 대면 교류가 없어 누가 인사를 해도 못 알아본 적이 있어요. 나한테 인사한 학생들은 연예인 보는 것 같다고 한 적도 있어요. 화면에서 보는 사람을 실제로 본다고. 그래서 졸지에 연예인이 될 수도 있구나 했어요.
Q7. 코로나 19 전후로 학생들에게서 느끼시는 차이가 있을까요? A. 글쎄요. 사실은 이번 학기에 20, 21학번들을 처음 봐서 뭐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가장 안타까운 친구들이 20년에 편입한 학생들이라고 생각해요. 그 친구들은 학교를 한 번도 안 오고 졸업을 하는 상황이 됐으니까요. 지난 2학기에 내 철학 산책을 들은 어떤 학생이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자기는 편입하고 기대를 많이 했는데 교수님을 한 번도 못 뵈고 가서 아쉽다고.
Q8. 철학 산책 수업에서 마지막 10분 동안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하신다고 들었어요. 그러한 얘기를 해주시는 이유나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지금은 철학 산책이지만 철학의 이해라는 과목을 98년부터 시작을 했는데 그때는 이 과목이 모든 전교생이 들어야 하는 필수교양 과목이었어요. 어느 학기 1교시에 화학과인가 이과대만 들을 수 있는 수업이 있었어요. 그 학생들은 자기 전공도, 관심사도 아니고 1교시니까 무척 힘들어했어요. 그래서 학생들이 좀 일찍 오도록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 그때는 끝날 때가 아니라 시작할 때 10분 정도 재밌는 이야기를 하고 시작했어요. 그리고 처음에 학생들에게 이 과목에 대해서 무엇을 얻어가고 싶은지 적으라고 해서 받아보니 대부분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쉽고 재밌게 가르쳐 달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삶에 적용이 될 수 있는 무언가를 얻어갔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실질적으로 내가 하는 수업 내용에는 삶에 도움이 되는 게 없어요. 따라서 학생들에게 수업으로 그 기대를 채워주긴 어려워서 한 100분 수업을 하면 마지막 10~20분은 수업과 무관하게 학생들이 들으면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한 거죠.
Q9. 대면 수업이 다시 시작되었는데 기대하거나 우려되는 점이 있으신가요? A. 학생들에게는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대할 점이라 생각해요. 이제는 학생회실도 오픈되어 있고, 지난주에도 일상회복 기간이라고 축제처럼 운영한 것이 대학생들에게 일종의 낭만이라고 할 수 있는 거니까요. 나는 대학이 등록금을 내고 수업을 듣고 학점을 따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보거나 동아리 활동하는 것, 축제 등 이런 것들이 다 대학 생활이라는 큰 바운더리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코로나 시기에는 비대면 수업을 제외한 다른 것들이 거의 안 됐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우려되는 점이 있어요.
Q10. 앞으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A. 대학에서 친구들 만나서 인간관계를 맺고 동아리나 기획전, 프로젝트 등 다양한 활동에 도전하고 경험하면서 사회성을 배워간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런 것들을 가지고 사회에 나가서 인간관계를 해야 해요. 그런데 특히 21, 22학번 친구들이 고등학교 때도 실제로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었던 세대이다 보니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점점 배울 기회가 적어지는 것 같아요. 이제 직장에서 사람을 마주하는 일들을 Ai나 로봇이 많이 대체해 결국은 사회성 좋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주목받게 될 거예요. 나는 대학이라는 곳이 나처럼 대학원을 가는 사람을 제외하면 배움이라는 것에 전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배워가는 것이 단순하게 어떤 지식 일부이면 나중에 사회에 가서는 배울 기회가 없어요. (사회라는 곳은 냉정하게 월급 값을 못한다 생각하면 그냥 그만두라고 하는 그런 곳이거든요.) 그래서 인간관계를 잘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마지막이 대학 생활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이 공부, 학점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사회성을 배양하고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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