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만개했던 벚꽃🌸 마음껏 보셨나요? 벚꽃의 이른 방문이 반갑기도, 당혹스럽기도 했는데요. 지금 캠퍼스의 벚꽃은 빠르게 피었던 만큼 금세 낙화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출발한 이번 건빵레터는 이런 벚꽃이 '반갑지 않다'라고 딱 잘라 말합니다. <벚꽃이 반갑지 않은 이유>,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벚꽃이 피었다. 아직 봄을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올봄의 개화는 유난히 빠르다. 쌀쌀하다는 느낌이 채 가시지도 않았지만, 꽃은 봄이라고 말했고, 빨랐던 벚꽃은 또다시 바삐 가버렸다. 조금은 일렀던 벚꽃의 인사가 달갑지 않다.
부산의 벚꽃은 관측을 시작한 1922년 이래 102년 중 가장 이른 개화였다. 서울 벚꽃 개화일은 3월 25일로 역대 두 번째로 빨랐다. 4월 초, 즉 이 시기에 피었어야 할 벚꽃은 개화예상 시기와는 달리 벌써 낙화하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 역시 관측 사상 가장 빠른 개화였다고 한다. 동아시아의 유례없는 이른 개화는 따듯해진 봄 날씨 때문이다. 식물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 필요로 하는 열량인 적산 온도가 기온의 상승으로 인해 최대치를 기록하였다. 이에 이례적인 개화를 달성했다.
우리가 조금 빨리 맞이한 벚꽃을 반겨선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앙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너무 빨리 피는 봄꽃은 꿀벌 등 생태계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개화와 꿀벌의 활동 시기는 밀접하게 맞물려있다. 벌은 꽃가루를 옮겨 생식을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이 둘의 시기가 어긋나면 열매가 열리는 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벌이 멸종하면 인간이 멸종한다는 말이 있듯이, 벌은 생태계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벚꽃은 시작일뿐이다. 다양한 종의 꽃들의 이른 개화가 시작되면 매개곤충의 활동 시기와 어긋난다. 조금 이른 개화가 과실 농가와 양봉 농가 모두에 큰 타격을 가한다. 지금은 농가의 피해만이 두드러져 보일지 몰라도, 머지않아 우리에게도 폭풍우가 찾아올 것이다.
뜨거워진 날씨는 개화를 재촉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낙엽이 지는 시기를 미룬다. 우리가 푸르른 녹음을 볼 수 있는 시기가 길어져 반가울 수 있지만, 이 역시도 재앙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이른 개화와 늦은 낙엽으로 길어진 생장 기간은 동시에 식물의 휴면기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약화해 폭염과 가뭄 같은 이상기후에 피해를 볼 가능성을 높인다.
기후 변화는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에서 약 4만 8,500년 만에 고대 바이러스가 깨어났다는 이야기가 보도되었다. 미지의 바이러스가 되살아났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제2의 코로나 상황을 걱정하나, 진짜 문제는 4만 8,500년 동안 얼어있던 땅이 녹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해류의 약화 역시 발견되고 있는데, 이는 지구의 빙하기를 초래하는 전조 증세이다. 그러나 우린 아직도 무감각하다. 곳곳에서 이상기후와 환경 문제들이 발생함에도 행동하지 않는다. 몇몇 학자들은 이미 돌이킬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법. 이젠 정말 행해야 할 때이다. 기후 위기 해결에 큰 영향을 행사하는 것은 기업과 정부이나, 이 기업과 정부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우리’다. 우리의 목소리를 높여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정책을 요구하고, 기업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