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쉬러 간다’는 말과 ‘놀러 간다’는 말은 엄연히 다른데 다들 두 말을 동의어로 생각하고 사용하는 것 같다. 어디로 놀러 간다고 하면 ‘잘 쉬다 와’라는 친구가 꼭 있고, 놀거리를 열심히 준비해서 간 여행에 ‘힐링’이라는 말을 붙이는 사람도 많다. ‘쉬러 가는 거 아닌데, 갔다 오면 녹초 될 텐데’ 싶으면서도 굳이 바로잡진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말을 듣는 내 몸은 퍽 억울했을 것 같다. 이번 템플스테이도 그렇다. 애초에 친구와의 여행에 ‘쉼’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 자체가 웃기는 얘기다. 끊임없이 생각해내고 움직여야 했던 두 청년이 과연 제대로 된 쉼이라는 걸 겪어본 적이나 있었을까, 그래봤자 소파에 널브러져 TV를 보는 정도였겠지 싶다.
흔히 ‘집’에서 쉰다고들 하지만 나에게는 집이 해야 할 모든 일과 준비물이 갖춰져 있는 곳이라 가만히 있으면서도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강박적 마음이 들곤 한다. 푹 자는 것도 쉬는 거지만 깨어있는 상태에서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자극 없이 그저 공기를 느끼는 쉼도 있다는 것을 템플스테이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이러한 쉼을 내 생활반경 안에서 경험하는 것은 쉽지 않기에 절이라는 새롭지만 편안한 공간을 찾은 것은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생각을 내려놓는 참된 휴식이라는 것을 겪어본 적도, 깊이 생각해본 적도 없던 탓에 분명 쉬기 위해 간 곳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일거리를 찾아 이곳저곳 기웃거렸다. 그마저도 염주 만들기 키트에 10분, 절 마스코트 ‘개 스님’ 따라다니는데 30분, 석탑 그리기에 한 시간을 쏟고 나니 또 할 일이 없어졌다. <3일만큼은 SNS 접속금지> 약속도 무료한 숙소에서는 효력이 없었다.
지나고 보니 우리가 너무 노련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템플스테이를 갔다 왔다고 하면 ‘뭐 했냐?’부터 물어봤던 그대들도 마찬가지리라. 사람마다 쉼에 대한 생각이 다르겠지만 절에서만큼은 ‘아무 생각도 안 하는 것’이 쉬는 것이라는 걸 알고 갔으면 한다. 가서, 생각을 내려놓는 연습을 해 보시길. 아차, 절하려면 몸은 내려놓으면 안 된다...
끊임없는 소음과 시선, 자극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잠시나마 바깥의 것들을 내려놓고 온전히 쉴 수 있는 곳. 단언컨대 어느 휴식 장소보다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 장담한다. 집 근처에서는 생각을 내려놓기 어렵다면, 2~3일의 여유와 휴식을 위해 아깝지 않은 10만 원을 들고 몸과 마음 편히 뉘고 오시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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