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지난건대 다시읽기]
당신의 연애는 '하트시그널'입니까?💓
교지 전 편집위원 이혜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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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건대 다시읽기]는 『건대』의 지난 호 중 다시 읽어볼 만한 양질의 기사들을 선별해 보내드리는 코너입니다.
최근 종영한 <하트시그널 시즌4>는 <애프터시그널>로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러브캐처>, <솔로지옥>, <환승연애>의 성행은 연애에 대한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연애는 필수적인 걸까요? '연애=행복'이라고 일반화할 수 있을까요? 그 전에, '정상적인 연애'가 존재하긴 할까요? 2018년 가을 116호 <당신의 연애는 '하트시그널'입니까?>의 필자는 연애를 장려하는 미디어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2학기 첫 건빵레터,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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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현재 연애를 하고 있거나, 혹은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설렘을 느끼고 싶어서? 상대방이 진정한 자신의 반쪽이라 생각해서? 아니면 연애를 무조건 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 때문에? 만약 당신이 연애를 하고 있다면 그 연애는 매일매일 드라마에 나올법한 사랑인가, 아니면 매일매일 상대방과 싸움의 연속인가. 당신은, 당신이 정상적인 연애를 한다고 생각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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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트시그널’, ‘로맨스패키지’, ‘선다방’과 같은 연애 관련 프로그램들이 성행했다. 7월부터는 ‘러브캐처’라는 새로운 연애 프로그램도 방영했다. 이 프로그램들은 모두 외모와 능력이 출중한 여성들과 남성들을 모아놓고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아름답게 그려나간다. 우리 주변에선 쉽게 찾아보기 힘든 소위 엘리트층들의 사랑이다. 카메라는 그들의 데이트를 마치 영화처럼 잡아낸다. 남녀는 눈 오는 설원 위에서 서로 설렘을 느끼고, 혹은 동화 같은 만남을 그려본다. 크리스마스에는 정말 잘 짜진 데이트 코스 그대로 행복감만이 감도는 순간을 보여준다. 새해도 함께 보내며 파티를 즐기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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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속 남녀의 이야기를 계속 보고 있자니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저런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연애만이 ‘좋은 연애’이고 본인의 연애에는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라는 의문이다. 이런 생각은 연애에 대한 혼란함을 갖게 한다.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연애에 대한 두려움과 더불어 현실과는 거리가 먼 연애를 꿈꾸게 한다. 프로그램 안의 연애가 ‘정상적인 연애’로 보이고 그렇지 못한 현실은 정상적이지 않게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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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은 연애를 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연애를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들게 하여 연애를 장려한다. 자신 이외 남들은 다 저렇게 연애를 하고 있다는 생각과, 본인도 설레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한다. 동시에 연애에 대한 환상을 심는다. 출연자들은 매일 설레 하고 다음번엔 어떤 데이트를 할지 고민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이렇게 연애를 하면 행복할 일만 가득 생길 거라는 믿음을 준다. 프로그램에선 썸을 타는 듯 두근두근한 모습을 위주로 보여줄 뿐, 그 이후 사귀고 나서 시간이 흐른 뒤에 권태기 등 그들에게 어떤 위기가 다가올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우리 얼른 사귀자!’를 목표로 둔 프로그램으로 보인다. 또한 프로그램 속에서는 커플이 되면 기뻐하고, 커플이 되지 못 하면 우울한 모습만을 비춘다. 연애를 성공과 실패로 가르며 마치 승패로 표현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 사회에 내재된, 솔로는 외롭고 커플은 외롭지 않다는 인식도 강화시켜 연애를 안 하는 본인이 이상한건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평소에 외롭지 않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이 프로그램들을 본 후, 알고 보니 본인이 외로운 게 아닐지, 연애를 하면 좀 더 행복해지는 게 아닐지 라는 생각들을 가지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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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연애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본인의 연애와 프로그램 속 연애를 비교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본인의 연애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해진다. 보통의 연인들은 매일같이 다툰다. 카톡으로도, 전화로도, 얼굴을 보면서도 다툼은 일어난다. 큰 다툼 뿐 아니라 시시콜콜한 부분에서도 의견 불일치로 사소하게 다툰다. 이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프로그램 속에서 연인들 간 싸움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 프로그램에서 비춰주는 다툼이라고 해봤자 ‘너 나 좋아해 안 좋아해’ 이런 것과 같이 서로 간의 ‘사랑’과 결부된 갈등 자체에 대한 다툼일 뿐 주변 상황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은 보이지 않는다. 서로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일은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니 매일같이 상대방과 싸우는 자신은, 정상적인 연애를 하고 있는 게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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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은 ‘연애=행복’이라고 일반화시키기 때문에 연애에 대한 이미지가 왜곡되어 나타나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한다. 물론 자신의 행복을 위해 연애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오로지 행복만이 주된 이유가 아니라 연애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프로그램에선 알콩달콩 데이트 하며 매일 설레는 모습을 행복이라 치부하고 그런 모습만을 좋은 연애로 보이게끔 한다. 설레지 않는다고 해서 더 이상 상대방을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지만 프로그램들을 보면 마치 설레야만 사랑한다는 착각이 온다. 이러한 착각이 본인과 상대방과의 관계에 회의감을 불러일으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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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겐 다 바쁜 일이 있다. 직장이라든지, 학교라든지, 지인들과의 만남이라든지……. 현실에서 연애를 하는 연인들 각자에게도 ‘연애’ 그 이외의 일들이 존재한다. 연애를 하는 사람들은 바쁜 삶을 쪼개서 자신의 생활 일부를 할애해 연애를 하게 된다. 상대방을 직장 점심시간에 잠깐 본다든지, 학교수업 쉬는 시간에 잠깐 본다든지 시간 면에서 할애를 한다. 데이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서로 만나서 얼굴만 쳐다보고 있을 순 없기 때문에 영화를 보든, 카페를 가든, 밥을 먹든, 놀이공원을 가든 돈을 투자한다. 이럴 때 비용을 어떻게 부담할지에 대해서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연애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간섭도 심하다. 부모님이나 오지랖 넓은 지인들, 남사친, 여사친 등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연애를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렇듯 현실세계의 연인들은 시간, 돈, 주변 사람 등 신경 쓸 일이 태산이다. ‘사랑’ 그것만 신경 쓸 수 없는 상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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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TV 프로그램 속의 남녀들은 오직 ‘사랑’만을 바라본다. 이미 프로그램은, 현실의 연인들이 연애하며 고려하는 점들은 배제된 상태이다. 또한 경제적 측면에서도 유능하고 시간도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로 출연하니 돈, 시간은 이미 전제되어 있는 상태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과 연애 등으로 피곤하여 자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프로그램에서는 새벽 5시부터 예쁜 동네 한 바퀴를 조깅하고 아침으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고 저녁에는 집에서 요가를 하는 등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사람들을 비춘다. 직장에서 야근을 하는 경우도 없으며 저녁에는 좋은 식당에서 데이트를 한다. 현실에서는 평일에 힘들게 일하거나 공부하고, 주말에는 침대에서 쉬는 사람들이 많지만 프로그램에서는 주말에 쉬지 않고 완벽한 데이트 코스로 데이트를 간다. 일반 사람들이 고려할 수밖에 없는 부분인 돈과 시간을 전혀 고려하지 않으니 프로그램 속 남녀는 ‘사랑’에만 집중하며 심기어 위기극복도 사랑으로 이루어진다. 프로그램 안의 세계는 사랑이면 다 해결되는 세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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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데이트도 경제적 능력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는 게 대부분이다. 실제로 출연자들이 갔던 식당 가격만 찾아봐도 일상적인 데이트를 하기에는 값비싼 식당이었다. 혹자는 자신의 애인과 그 식당에 가기위해 엄청 힘들게 알바를 해서 돈을 모았다고 한다. 본인의 경제적·시간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프로그램 속 연애를 따라하려다 본인의 삶을 오히려 망쳤다. 우리는 이 프로그램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연애하고 데이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왜 나는 저렇게 멋있게 연애하지 못하는지 상대적 박탈감에 휩싸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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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에서는 그들이 보여주는 연애만이 정상적인 연애라고 사람들에게 인지시킨다. 프로그램 속에서 연애하기 좋은 여자상과 좋은 남자상을 규정짓고 ‘연애의 정석’을 틀 지어 보여주는 느낌이다. 사람들은 프로그램에 심취하면 무의식적으로 그 틀을 받아들이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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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상적인 연애란 없다. 완벽한 연애도 없다. TV에서 규정한 연애하기 좋은 사람에 본인이 맞추어갈 필요도 없다. 연애 프로그램들은 말 그대로 TV라는 네모에 갇힌 방송일 뿐이다. 예능 프로그램들은 드라마만큼의 대본은 없어도 어느 정도 각본이 짜여 있는 방송이다. 연애 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연출된 상황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다. 예능을 자신의 즐거움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사용해야지, 과도한 의미부여는 금물이다. 그러니 연애 프로그램들을 보고 현재 나의 모습을 재단하거나 우울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각자 자신의 경제적 상황과 시간적 여유에 맞춰서 연애를 하든 안 하든 하면 되는 것이다. 당신의 연애는 ‘하트시그널’이 아닌 게 당연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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