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건빵레터 구독자 여러분! 건대 교지편집위원회 부편집장 유희영입니다. 건빵레터를 통해 이름을 밝히고 인사를 드리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요. 오늘은 제가 그간의 건대교지 근황도 전해드리면서 앞으로의 건빵레터에 대해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건대교지는 1학기 종강 이후 (거의) 매주 빨간펜을 들고 모였습니다. 이번 여름의 교지는 꽤나 다사다난했습니다. 학생회관 3층에 위치한 교지편집실의 에어컨이 고장 나는 바람에 도서관과 케이큐브를 전전하며 회의한 것, 목차 구성을 여러 번 뒤엎고 재차 디자인을 수정한 것, 을왕리로 끝내주게 재미있는 엠티를 다녀온 것, 마지막 교정 회의는 무려 2시부터 9시까지 이어졌던 것, 그렇게 완성된 20편의 ‘125호 기사_탈고_최종_찐막_이게진짜마지막’ 글들까지. 모두 기억에 아주 오래 남을 것 같다는 예감을 합니다. 『건대』 125호는 다가올 10월 24일 배부될 예정이에요. 언제나처럼 학우분들의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
교지에 들어온 이후 발간은 매번 긴장되었지만, 이번엔 유독 떨리는 마음입니다. 무려 한 달도 더 남았는데 말이죠…. 재미있게 읽어주실까? 어떤 반응을 보이실까? 많이 찾아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지금으로서는 가늠할 수 없는 질문과 막연한 소망을 스스로에게 던지고는 합니다. 그런데 이런 류의 질문들은 아주 막연해서, 이따금 그 대상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두려워지기 마련입니다. 자꾸 날 조급하고 절박하게 만드는 두려움은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요.
다가올 내일을 믿는 일엔 지나간 어제를 읽고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특히 자주 중심을 잃어버리는 부편집장에게는 더더욱 많은 도움이 됩니다. 1984년, <건대학보>와 <건대문화>로 한 해에 두 권의 책이 신문사와 학생회의 이원 체제로 발간되어 오던 것이 『건대』라는 이름으로 통합하여 발행하게 됩니다. 그것이 우리 교지편집위원회의 시작이었습니다.
“인식이 없는 행위는 무의미하고 헛된 것이다. 우리를 좌절케 한 그 두렵다는 벽도 멀리 떨어져 있는 그 무엇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들 그리고 우리 자신인 것이다. 삶은 그렇게 구체적이다. 우리들의 삶은, 거창하고 화려한 것들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렇게 작은 것들로부터 출발되어야 한다. 실현성이 없거나, 실현하려는 노력의 받침없는 투사적인 거창한 선언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는 것이 없고, 오히려 현실에 대하여 성실하지 못한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비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들의 삶이 구체화되어야 하고, 그런 구체적인 것들이 모여 시대가 되고, 또 그것이 퇴적하여 역사를 만든다. 그러므로 우리들의 삶이 구체적이고 뜨거운 목소리로 나타날 때, 역사는 앞당겨질 수 있는 것이다.”
배부일이나 OT 또는 발간식처럼 중요한 날을 앞두었을 때 들추어 보게 되는 『건대』 창간호 머리말 중 일부를 발췌해 왔습니다. 39년 후의 후배가 맘대로 ‘한줄요약’ 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주변의 작은 것을 인식하고 구체화하는 것에서부터 우리들의 삶이 출발할 수 있으며, 그 삶을 성실하게 실현할 수 있도록 뜨거운 목소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 저는 이 중에서 ‘삶은 그렇게 구체적이다’라는 문장을 자꾸 읽고 싶어져서 창간호를 계속 들추어 봅니다. 대학도 위기에 처해있고, 언론도 위기에 처해있는 지금, 우리는 낡은 억압과 새로운 폭력 앞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실은 잦게 그러한 회의감에 빠집니다. 그러나 사실 거창할 필요가 있을까요. ‘대학생’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쓰는 모든 글은 다 ‘우리의 이야기’인 것인데. 계속해서 고민하고 말하다가 마지막에는 성실하게 쓰기. 바로 이 작업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습니다. 나중에는 미숙함에 이불을 찰 수도 있지만 오늘의 세상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자고, 39년 전 (비슷한 고민을 했을지도 모르는) 선배님께서 그렇게 말해주셨습니다.
*‘최선’은 가장 최에 착할 선을 씁니다. ‘가장 좋고 훌륭한 일’이라는 뜻도 있지만, ‘온 정성과 힘’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건빵레터는 작년 5월 27일 첫 번째 레터를 발송한 이후 1년 4개월 동안 약 200명의 구독자분께 37편의 글을 보냈습니다. 건빵레터를 통해 학우들의 일상에 더 자주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며 편지를 부치듯이 다양한 기사를 보내드렸는데요, 앞으로는 선공개 기사나 [지난건대 다시읽기]의 비중을 낮추고 현재 활동하고 있는 교지 위원들이 쓴 따끈따끈한 기사로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험 기간은 제외하고 매주 월요일 8시, 수신함에 쌓일 건빵레터와 레터에 담긴 교지 위원들의 진심을 차곡차곡 지켜봐 주세요! (입소문도 슬쩍 부탁드립니다 ^0^)
단순히 날씨만으로 사람의 기분이 이럴 수 있다는 걸 느낍니다. 하늘은 이토록 높고 아주 귀여운 커다란 구름들이 가끔 해를 가리기도 하며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고 바람이 가득 부는 순간이 많은 가을입니다. 저는 내일을 생각하는 것으로 두근거릴 수 있는 마음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는 걸 되새기며 두려움에 정직해지고, 불안도 껴안아 보려고 합니다. 자주 고개를 들고 다니는 일주일이 되시길 바랍니다. 다음 주에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