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서점에 가는 일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꽤…상당히…많이 좋아하는 편입니다. 소설가 김영하가 남긴 “책은 산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사둔 책 중에 골라 읽는 것이다”라는 말을 독서 인생의 기치로 삼고 있으며, 책을 읽는 속도보다 책을 구입하는 속도가 빠른 저에게 서점이라는 공간은 정말 지나칠 수 없는 곳입니다. 서가를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표지를 들춰보고 책 뒷면의 추천사를 읽다 보면 ‘조금만 머무르다가 가야지’, ‘지금 읽고 있는 책 다 읽기 전에는 절대 안 사야지’라는 결심이 매번 무색해지더라고요. 특히 정형화된 분류를 따르지 않고 서점 주인의 선호와 취향이 한껏 들어간 동네서점이나 독립서점은 몇 배는 더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모든 배열과 순서에 이유가 있는 책들이 그 작은 공간을 오밀조밀 채우고 있다니, 참 재미있지 않나요? 서울에 위치한 모든 독립서점을 전부 가보는 것은 저의 오랜 버킷리스트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우리 건국대학교 근처에 위치한 ‘도토리책방’을 소개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도토리책방은 건대입구역과 구의역 중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학교 정문에서 걸어가면 7분 정도 걸리고, 직진으로 쭉 걸어가다 골목으로 한 번 꺾으면 쉽게 찾을 수 있어요.
도토리책방에 방문한 건빵이! (건빵이는 건빵레터의 캐릭터예요.)
책방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한쪽 벽을 꽉 채운 큰 책장입니다. 도토리책방은 ‘인문’과 ‘환경’, ‘여행’, ‘교육’과 관련된 서적 그리고 독립출판물을 주로 다루고 있어요. 칸별로 ‘시’, ‘소설’, ‘기획특집’, ‘인권’ 등 카테고리가 나누어져 있고, 그 테두리에 붙어있는 쪽지에는 작가를 소개하거나 책을 추천하는 글이 적혀있어 책 선택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사는 동네에 종종 가던 서점이 있었는데, 그 서점이 없어졌어요. 맛집도 좋고 카페도 좋지만, 사라져 가는 동네 서점이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동네 서점이 생겼으면 했어요. 그러나 여전히 카페와 맛집만 생겨났습니다. 그러다 문득 ‘내가 동네 서점을 차릴까?’ 생각했어요. 그러다 어느새 동네 모퉁이 작은 공간을 발견했고, 바로 계약까지 해버렸습니다. 용기가 났던 거예요. 용기를 낸 김에 더 용기를 내어 직접 인테리어까지 해보자 생각했고, 페인트칠과 바닥까지 하게 되었어요. 두 달간 쉬엄쉬엄, 차곡차곡 준비를 하였지요. 급할 것이 없었거든요. 그렇게 ‘도토리책방’이 탄생했습니다.”
도토리책방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손님이 저밖에 없었던 터라 사장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이곳에 자리 잡게 된 이유와 공간을 꾸미게 된 과정, 공유책장을 만들게 된 이유를 듣고 다시 책방을 살펴 보니, 정말 구석구석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더라고요. ‘오래 도토리책방을 지켜나가는 것’이 목표라는 사장님의 말씀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이곳이 자양동을 따뜻하게 지켰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제가 다 가지게 되더라고요.
“오랜 시간 이 자리를 지키고 싶어요. 흔히 책방으로 돈을 벌 수 없고, 부자가 될 수 없다고 말씀하세요. 맞아요. 그저 이 책방을 유지할 수 있도록만 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목표는 오래 도토리책방을 지켜나가는 것이라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좋은 영향력을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사실 첫 방문 때는 사장님과의 대화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사진 촬영을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그 때문에 한 번 더 방문했을 때는 책방 문을 열자마자 재잘재잘 대화 소리가 들려오더라고요. ‘도토리서방’이라는 내부의 독립된 공간에서 독서 모임이 열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도토리책방은 책방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화요일엔 저자 및 강연자와 만날 수 있는 북토크 형식의 ‘화요강좌’, 수요일엔 시를 필사하는 ‘수요詩식’, 목요일엔 책을 낭독하는 ‘목요낭독’, 금요일엔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 나누는 ‘금요쌀롱’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해요. 더불어 다양한 독서모임의 활성화를 위해 이 ‘도토리서방’의 대여 사업도 진행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해도 좋겠습니다.
올학기 교지 집필을 앞두고 읽어야만 하는 책이 산더미여서(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 산더미입니다.) 이번에는 정말 책을 구매하지 않겠노라 굳게 다짐했지만, 이번에도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제가 구매한 책은 「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입니다. 저는 매년 나오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모으고 있는데, 어차피 구매할 거 좀 더 예쁜 동네책방 에디션으로 구매하는 것이 이로울 거라며 자기합리화에 성공했거든요. 결제를 마치고 책방 밖으로 나오니 역시나 시간이 또 훌쩍 지나있었습니다.
도토리책방의 운영시간과 SNS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운영 시간은 책방 사정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하니, 방문을 계획하신다면 사전에 블로그나 인스타를 확인하는 걸 추천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