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건국대학교의 새로운 총장이 선출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학생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 학생사회의 목소리를 묵살한 채 이뤄진 우리대학의 학사구조 개편에 대해 많은 학우들이 불만과 분노의 목소리를 표했는데요. 이번 주 건빵레터는 학교의 모든 일들을 총괄하는 직책인 총장을 학생이 아닌 이사회의 주도로 선출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짚어보고, 과연 진정한 민주주의란 무엇일지 독자들에게 되묻고자 합니다.
건국대학교가 제22대 총장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22대 총장은 2024년 5월 31일부터 4년간 건국대학교를 이끌게 된다. 학교의 전 사안을 총괄하는 자리이자 대외적으로 우리 학교의 대표인 총장은 매우 중대한 직책이다. 그러나 이런 총장을 대학의 주인인 학생들이 뽑을 수 없다는 사실은, 아직 우리 대학 민주주의가 온전히 꽃 피우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지역 대표를 주인 손으로 뽑는 시대에서, 학교의 대표도 학생 손으로 탄생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현재 우리 대학의 총장을 선출하는 과정에 학생의 의견 영향력은 아주 미미하다. 선출 과정서 학생의 신분으로 참여하는 인원은 단 7명으로 서울 캠퍼스 학생대표 4인과 글로컬 캠퍼스 학생대표 2인, 그리고 대학원생 대표 1인뿐이다. 이들의 선택이 영향을 미쳐 최종 후보자 3인이 선출되어도, 최종 결정은 법인 이사회에 있다는 점 역시 현재 방식과 대학 민주주의 사이의 괴리를 보여준다. 대학의 주 구성원인 학생이 전체 총선위 구성에 10%도 차지하지 못한다는 점, 그 어느 때보다 학생 의견 수렴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이사회의 주도로 총장이 선출된다는 점은 학생이 총장 선출에 있어 들러리처럼 기능하게 한다.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지난 21대 총장 선거 당시 총학생회였던 ‘스물에게’는 총장 선출과 관련하여 학생참여 비율 확대를 추진하였다. 총학생회 요구안의 주요 골자로는 ‘학생 모두가 총장 선출에 참여하는 총장 직선제, 단과대학 및 학과 대표가 참여하는 확대된 총장 간선제, 총장 후보자 공약 전원 열람 및 공개, 총장 후보자 공청회 및 질의 응답회, 총장 전출 운영 세부 세칙 공개’였다. 총학생회는 이를 법인에 요구하였지만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가지 바뀐 점이라고는 기존 제도에서 학생대표가 4명에서 7명으로 늘은 것뿐이다. 지나치게 소극적인 이 타협안은 대학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에 당연지사 부족하다. 최근의 대학가는 총장 선출에서 학생참여 확대를 요구하는 의견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특히 숙명여대의 경우 2020년 1월 전체 학생 총회에서 총장 직선제를 가결하며 ‘학생이 뽑는 총장’이 탄생하였다. 이 추세 속 우리 대학은 근본적으로 학생과 학교의 소통이라는 부분에서 점점 뒤처지고 있다.
교수 간 파벌 발생, 교육기관의 정치화, 공약 남발, 선거 운동 과열. 학교가 설명하는 직선제가 시행될 수 없는 이유다. 이번 학사구조개편 사태로 우리 대학은 ‘학생 의견 수용않는 소통 없는 대학교’ 타이틀을 얻었다. 학교와 학생의 소통이 큰 과제가 된 현제, 소통이 뿌리가 되는 대학이 되기 위해선 현 간선제에서 학생 비율을 늘리는 방안이 최선의 방법이다. 총선위에서 학생 대표 비율을 최소 20%로 확대하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후보자 공청회 등 후보자들과 학생들이 소통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학생 전원이 총장 선출 투표권을 가지게 된다면 학생이 운영의 중점인 학교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도 총장 선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5월 30일(목) 오후 2시, 새천년관 국제회의장에서 총장 후보자 소견발표회가 열린다. 누구나 방청석에서 참관할 수 있도록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각 후보자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출마하였는지, 선출 과정은 공정하고 합리적인지, 총장 선출 이후에도 끊임없이 관심을 두어야 몸담은 대학의 진정한 주인이 될 것이다.
‘학문적 소양과 덕망을 갖추고 건국대학교의 건학 이념을 존중하며 탁월한 국제적 안목과 경영 능력을 소유한 자’ 이번 22대 총장 후보자의 인적 요건이다. 부디 학생 안위와 권리도 존중할 줄 아는 총장이 선출되어 그토록 목매는 건학 이념에서 ‘학생’이 빠지지 않음을 증명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