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슈퍼 선거의 해’ 연말 결산
편집위원 윤수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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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의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연말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올 한 해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요. 저는 연초에 2024년은 ‘슈퍼 선거의 해’라는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말 그대로 2024년은 ‘슈퍼 선거의 해’였습니다. 세계 76개국에서 선거가 있었고, 총유권자 수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약 42억 명이었습니다(물론 아직 모든 선거가 끝난 건 아닙니다). 연말을 앞둔 지금, 이 ‘슈퍼 선거의 해’는 어떻게 흘러갔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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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리나라 선거부터 살펴볼까요? 4월에 있었던 국회의원 선거의 결과는 모두 알고 계실 텐데요.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나 ‘여소야대’ 국회가 유지됐습니다. 의석수만 두고 보면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보이지만, 득표율로 따졌을 때는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그렇게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정당별 지역구 선거 득표율은 더불어민주당 50.56%, 국민의힘 45.08%로 그렇게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으나 지역구 의석수는 각각 161석과 90석으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그만큼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작은 표 차이로 이긴 선거구가 많았다는 뜻이죠. 어찌 됐든 지금까지도 정부와 야당을 중심으로 구성된 국회는 양보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고, 국민들의 정치 불신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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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유럽의회 선거
타협과 양보가 실종되고 평행선만 달리는 정치,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나라만의 사정은 아닙니다. 지난 6월 유럽에서는 유럽의회 선거가 열렸는데요. 유럽의회는 유럽연합(EU)의 입법기구로, EU를 하나의 국가라고 가정한다면 국회의 역할을 하는 기관입니다. 유럽의회는 EU의 주요 기관 중 유일하게 회원국 시민들의 직접 선거로 구성되는 조직으로, 유럽의회 선거 결과는 유럽 대륙의 전반적인 유권자 지형을 파악하는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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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있었던 선거 결과, 유럽 내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로 강경우파 및 극우 정당의 약진이 뚜렷이 나타났습니다. 6월 18일 개표결과 기준 강경우파 성향을 보이는 유럽정당인 ‘유럽보수와 개혁(ECR)’과 ‘정체성과 민주주의(ID)’는 각각 83석과 58석을 확보했으며, 기타 유럽정당에는 속하지 않은 극우 세력이 차지한 의석수까지 합하면 강경우파 세력은 총 167석을 확보했습니다. 189석을 차지한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에 이은 두 번째 세력으로 급부상한 것입니다.
유럽의회 의석은 국가별 인구에 비례해 할당되는데요. 따라서 가장 많은 의석을 선출하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국의 선거 결과는 유럽의회 전반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그런데 EU를 이끄는 두 강대국인 독일과 프랑스의 선거를 중심으로 봤을 때 극우 정당의 약진은 더 두드러졌습니다. 독일에서는 우익극단주의 성향의 독일대안당(AfD)이 15.90%의 득표를 얻어 독일의 집권당인 중도우파 성향의 기민/기사당 연합(CDU/CSU)이 얻은 3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강경우파 정당인 국민연합(RN)이 프랑스의 집권당인 르네상스 연합을 크게 앞질러 31.37%의 득표를 얻어 프랑스에 할당된 의석 중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습니다. 이에 위기를 느낀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기도 했죠. 이 외에 이탈리아에서도 현 집권당인 강경우파 성향의 이탈리아 형제당(Frateli d’Italia)이 1위를 확보했습니다.
이처럼 유럽에서 강경우파 세력의 지지율이 크게 오른 배경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경제 이슈, 이주·난민 문제, 환경규제에 대한 불만 등을 꼽았습니다. 고물가 및 고금리 상황에 경제적 불만이 고조되었고, 2015년 이후 유입된 대규모 난민과 불법 이민자로 인해 회원국의 재정 부담이 증가했다는 것이 유럽 유권자들의 여론이었던 것이죠. 또, 강화된 환경규제로 인해 기업과 농민들의 불만이 높아진 것도 강경우파 세력의 약진에 이바지했다는 분석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시민들의 불만을 파고든 정치인, 누군가 또 떠오르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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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대통령 선거
그렇습니다. 트럼프가 돌아왔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박빙이 예상되었던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총 538명의 선거인단 중 31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보다 무려 86명의 선거인단을 더 확보했죠. 특히 선거 전부터 경합주로 여겨진 펜실베이니아 등 7개 주에서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했습니다. 전국 득표수에 있어서도 지난 2016 대통령 선거와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50.1%의 득표를 얻어 해리스 부통령을 앞섰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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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치러진 제119대 상원의원 선거와 하원의원 선거를 통해 공화당은 상원과 하원 모두 과반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이로써 내년 1월 시작될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정부와 연방의회의 권력을 모두 장악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동력 삼아 그간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여러 정책을 뒤엎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기간 내세운 공약을 빠른 속도로 추진할 것이 예상되는데요. 이에 따라 미국에 진출한 여러 한국 기업이 적잖은 타격을 얻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어떻게 이러한 완승을 거두었을까요? 가장 먼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꾸준히 내세운 “MAGA”, 즉 자국우선주의가 미국 유권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점이 주요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같은 구호를 내세운 2020년 선거에서는 패배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승리한 요인은 다음과 같이 분석되고 있습니다.
우선, 민주당의 주요 전략이었던 ‘정체성(Identity)’에 의존한 공약과 유세가 유권자들에게 외면당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 그간 민주당의 공고한 지지층이었던 히스패닉, 아랍계 등 유색인종(흑인 제외) 남성 유권자들의 상당수가 민주당에 돌아선 것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합주에서의 승리를 견인한 가장 큰 원인으로 언급되고 있죠. 또한, 그동안 민주당의 지지 세력이었던 고학력 유권자 그룹 또한 이번 선거에서는 공화당을 지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합니다. 또, 고물가 상황으로 인한 유권자들의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급진적인 젠더 이슈를 중심으로 엘리트 정당이 되어 가는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외면이 공화당의 승리를 견인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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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선거의 해’를 이끈 ‘정체성 정치’
“현대의 정체성 정치를 이끄는 힘은 사회에서 무시당하고 소외당해온 집단들의 평등한 인정에 대한 요구다. 그런데 이 같은 평등한 인정에 대한 욕망은 해당 집단의 우월성을 인정해 달라는 요구로 쉽게 변형될 수 있다. 이는 오늘날 민족주의와 민족적 정체성, 그리고 종교 극단주의자들의 정치에서 쉽게 목격되는 현상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존중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정치학』 중
일본계 미국인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존중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정치학』이라는 책에서 최근 서구 사회를 휩쓸고 있는 포퓰리즘, 극우 정치를 ‘정체성 정치’로 규명했습니다. 유럽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강경우파 세력, 미국에서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을 차지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전통적 저소득층이 느끼는 소외를 외부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며 적극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유권자들이 이들을 택한 이유는 단지 그들의 말에 이끌렸기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기존 정치를 주도했던 전통적 집권 세력이 시민들의 팍팍한 삶과는 동떨어진 이슈에 매몰되어 ‘엘리트 집단화’한 것에 유권자들이 등을 돌린 것입니다.
여러 자극적인 정보와 정치인들의 선동에 많은 유권자들의 주권이 왜곡되고 있습니다. 뻔한 말이지만, 우리는 앞으로 현명한 유권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2024년, ‘슈퍼 선거의 해’는 우리에게 이와 같은 메시지를 남기며 차츰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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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서정건, 「2024년 미국 대선 결과 분석과 미국 외교 전망」, 『아산정책연구원 이슈브리프』, 2024.
오태현, 「2024년 유럽의회 선거 결과: 의미와 전망」, 『KIEP 세계경제포커스』, 2024.
프랜시스 후쿠야마, 『존중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정치학』, 이수경(역), 한국경제신문, 2020.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https://www.nec.go.kr,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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