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야구 돌풍'의 시대입니다. 2024년, 한국 프로야구는 역사상 최대치의 흥행을 경신했고, 그러한 흐름은 올해 시즌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중들은 왜 이렇게까지 야구에 열광하게 되었을까요? 이러한 열광을 지속하기 위해 우리가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지점은 무엇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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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한국 프로야구는 시즌 누적 관중 수 1,000만 명을 넘기며 역사상 최대 흥행을 누렸습니다. 기존 최다 시즌 누적 관중 수였던 840만 명(2017년)을 시즌 전체 일정 80% 소화 시점인 지난 8월 18일 이미 경신하였으며 동시에 한국 프로스포츠 최다 관중 수 역시 경신하였습니다. 전례 없는 흥행 돌풍에 야구는 다시 한번 대한민국 ‘국민 스포츠’임을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왜 그토록 야구에 열광했던 것일까요? 그리고 야구를 사랑한 이들은 야구의 어떤 점에 매료되어 돌아올 시즌을 그토록 기다리고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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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컴투스 프로야구([컴투스프로야구] 2024 KBO 개막! 야구, 좋아하세요?)
“야구장에 온 이유요? OO 때문이죠”
2024시즌 한국 프로야구가 이렇게 크게 흥행할 것으로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지난 약 5년간 한국 프로야구는 큰 위기에 빠져있었기 때문이죠. 2021년 코로나19로 인한 무관중 경기는 야구의 역동성을 앗아갔고 연이은 프로선수들의 구설수와 논란1), 국제대회에서의 처참한 성적으로 2020년부터 2022년은 한국 프로야구의 암흑기였습니다. 2022년 3월 23일 한국갤럽의 조사2)에 따르면 국내 프로야구 관심도는 31%에 그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가장 심각했던 수치는 18~29세 응답자 중 ‘국내 프로야구에 관심이 있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18%로 전 연령층 중 가장 낮은 비율을 보인 것이었습니다. 프로스포츠 종목에서 젊은 팬이 사라지는 것은 장기적으로 미래 수익의 점진적 감소를 불러오기에 해당 조사는 야구계에, 어쩌면 프로 스포츠계 전체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전의 명성을 잃어버린 듯한 야구는 그렇게 쇠락의 길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023년 코로나 관련 규제가 완전히 해제되며 사람들이 다시 야구장으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들은 야구장에 돌아와 응원가를 목놓아 부르며 회복된 일상을 마음껏 누렸습니다. 2024시즌 시작 전 야구 관계자들은 야구 중계 유료화 영향으로 큰 기대를 걸기보다 ‘평년 수준의 관객 수(700~800만 명) 정도는 회복할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예측을 한참 웃도는 신기록으로 시즌을 마무리했습니다. 사람들이 야구장에 다시 모인 이유, 그리고 야구에 관심 없던 이들이 야구장에 찾아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1) 2021년 7월 6일 NC 다이노스 소속 선수 4명 집합금지명령을 어기고 외부인과 만남을 가져 큰 논란이 되었다.
2) 한국갤럽, ‘프로야구에 대한 여론조사 - 선호 구단, 예상 우승팀, 좋아하는 선수, 관심도’, 2022.03.17
(1). 먹고, 마시고, 부르고: 야구의 종합 문화 소비
야구는 일종의 종합 문화소비가 되었습니다. 온전히 야구 경기만을 즐기러 가는 것이 아닌 야구장 내에서의 다양한 체험과 단합을 즐기는 것이죠. 어두운 권력 아래 시작된 한국 프로야구는 90년대 여가문화 대중화와 함께 스포츠 경기 자체의 형태보다 여러 유희 형태가 집합된 형태로 발전하게 됩니다. 대중가요를 편곡한 따라부르기 쉬운 응원가, 음주(적당한), 먹거리 등 경기의 승패와 상관없이 희열감을 더해줄 많은 요소가 존재합니다. 실제로 2024시즌 종료 이후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실시한 ‘야구장을 찾는 이유’ 설문조사에서 상위응답 최상위 4개 항목이 ‘응원 문화가 재밌어서’, ‘가족, 친구들과 함께 가기 위해서’, ‘나들이나 데이트의 목적으로’, ‘야구장의 식음 문화가 좋아서’로 모두 경기 외적인 경험이었습니다. 경기장을 찾는 팬들에게 구단은 경기 자체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부가적인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팬들은 자신이 택한 구단과 관련한 다양한 체험을 누리게 되는 것이고 자연스레 소속감과 애정을 느끼게 됩니다.
한국의 야구장은 바로 이 부분에서 다른 국가의 야구장과 큰 차이를 보입니다. 세계 최고의 야구 리그인 미국 메이저 리그는 보다 경기력과 선수들의 역량에 야구 관람의 중점을 둡니다. ‘관람’ 자체에 더 큰 의의를 두는 것이죠. 메이저 리그는 일회성의 챈트(Chant)는 존재하나 선수 개개인의 응원가, 팀 응원가 등 특별한 응원문화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울러 경기 관람 이외 특별한 이벤트, 체험 또한 그 수가 적습니다. 높은 수준의 경기 자체가 특별한 이벤트이며 응원가는 오히려 선수들의 경기에 방해가 된다는 인식이 강하죠. 한국 야구장에서의 종합 문화소비는 분명히 우리의 야구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고 특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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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순흥 기자, ‘야구장 떼창, 야구보다 재밌다’, 조선일보, 2016.06.08.
(2). 야구는 가성비 좋은 여가?: 야구가 제공하는 고객 경험
2024시즌 프로야구의 흥행의 핵심으로 ‘가격 대비 훌륭한 고객 경험’을 꼽는 의견이 있습니다. 단순히 가격이 낮은 것이 아니라 가격이 제공하는 경험의 정도입니다. 단순히 가격으로만 놓고 본다면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 잠실 야구장 기준으로 주말 일반석(네이비석, 레드석, 오렌지석, 블루석) 가격은 평균 17,000원, 올해 9월 18일 기준 전국 야구장의 객단가는 14,772원이었습니다. 대표적 여가 시장인 영화관의 올해 객단가는 9,689원이었습니다3). 실제 평균 지불 금액이 더 높은 야구가 하락세를 겪고 있는 영화 시장에 비해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야구팬들이 지불 금액에 대한 충분한 만족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2024시즌에는 팬들이 스스로 지갑을 열었습니다. 입장 수입이 많이 늘어남과 더불어 구단별 자체 상품, 타사 협업 제품의 판매 수입 또한 크게 늘었습니다. 통합 우승을 차지한 KIA 타이거즈는 9월을 기준으로 약 15만 장의 유니폼을 팔았고, 굿즈 매출은 그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여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인기 캐릭터 ‘망그러진 곰’과 협업을 진행한 두산 베어스는 전체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하여 2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팬들은 비록 적은 가격은 아님에도 직접 경기장에 찾아와 먹거리와 굿즈를 구입하고 더 나은 경험을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소비는 절대적인 가격의 차이에서 유도되는 것이 아닌 양질의 경험 보장에서 온다는 것을 한국 프로야구는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3) 트렌드라이트, ‘프로야구 천만관중 시대를 연건 고객경험입니다’, 2024.09.25
(3). 스타가 있어야 프로스포츠가 있다: 슈퍼스타의 탄생과 미디어
축구에는 손흥민, E-스포츠에는 페이커, 프로스포츠는 슈퍼스타를 필요로 합니다. 그들의 존재가 종목 자체의 상품성을 만들고 타 종목과 구별되는 고유성을 구축하게 해줍니다. 야구도 마찬가지입니다. 팬들이 지속적으로 소비가 할 수 있는 스포츠가 되기 위해선 팬들을 하나로 모을 슈퍼스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팬들 가까이에 접근하게 해줄 미디어가 큰 역할을 맡고 있죠. 2024년은 유독 어린 스타들이 많이 탄생했습니다. 앞으로 한국야구의 미래를 이끌 재능들이 만개를 한 시즌이었습니다. KIA 타이거즈의 김도영은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2003년생의 이 어린 슈퍼스타는 올 시즌 수많은 리그 최연소 기록들을 갈아치우며 리그 흥행에 앞장섰습니다. KIA 타이거즈의 연고지인 광주에서 나고 자란 로컬 보이라는 점도 구단과 도시의 큰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성장 배경, 어린 나이, 외모,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바쳐주는 성적까지, 올해 김도영은 한국야구의 새로운 슈퍼스타로 발돋움하였고 올 한 해 동안 젊은 야구팬들을 유입시킨 큰 원동력 중 하나였습니다.
새로운 스타의 등장에 큰 몫을 한 것은 미디어였습니다. 경기장에 찾지 않은 팬들도 누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어떤 매력이 있는지 아주 쉽게 알 수 있었고 일상 속에서 야구가 지속적으로 소비되게 하였습니다.
시즌이 시작하기 전 KBO는 큰 결단을 내렸습니다. 그간 네이버에서 무료로 볼 수 있었던 한국 프로야구를 TVING(인터넷 동영상 포털)과 3년간 1,350억 규모의 독점 중계권 계약을 체결하여 전면 유료화를 선언한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대다수의 야구팬은 실망감과 함께 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그간 무료로만 봐오던 야구를 이제는 값을 지불해야만 볼 수 있고, 스포츠 중계 경험이 전무했던 TVING의 전문성은 야구팬들에게 큰 의구심으로 다가왔습니다. 말 그대로 미디어로 흥할 수도, 미디어로 망할 수도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계약 과정에서 한 가지 묘수가 있었으니, 2차 저작물의 허용이었습니다. 중계 이후 경기 관련 영상 컨텐츠 제작이 쉬워지자, 프로야구 관련 숏폼이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삐끼삐끼 춤’이 엄청난 화제를 모은 것도 2차 저작물 허용으로 가능했던 것이었습니다. 야구장에서 춤추고 노래 부르며, 경기를 즐기는 모습이 유튜브와 SNS를 통해 공유되면서 야구장이 하나의 놀이공원처럼 인식되고 진입장벽이 확연히 낮아졌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에 야구를 보지 않았거나 야구장 관람 경험이 없었던 사람들도 야구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미디어가 스포츠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준 또 하나의 사례가 된 한국 프로야구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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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규빈 기자, ‘김도영 ‘슈퍼스타’의 등장, 프로야구 판을 뒤흔들었다’, 전남일보, 2024. 10. 17
“야구, 개막이 언제죠?”
2024시즌이 종료되고 수많은 이야기와 기록들이 남은 현재, 돌아온 시즌과 함께 한국 프로야구는 여전히 남아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닐 한국 프로야구가 여전히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들과 성공을 이어나가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들은 무엇일까요?
(1). 더는 지겹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구설수와 논란
한국 프로야구계 매년 등장하고 있는 선수 개개인의 구설수와 논란입니다. 그간 한국 프로야구는 선수들의 프로의식에 대해 비판하는 여론이 상당 부분 존재하였습니다. 선수들의 경기 내•외 모습들이 정녕 높은 연봉을 받는 프로선수가 맞는가? 의심이 드는 순간들은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던 2024시즌에도 어김없이 등장하였습니다. 팬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던 모 구단 투수의 사생활과 선반 등판 당일 새벽 음주는 결과적으로 구단 성적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리고 현역 선수는 아니지만, 수도권 한 구단의 ‘레전드’라 불리던 선수의 마약 투약 사건은 경기장으로 향하던 팬들의 발걸음을 주춤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구단과 협회가 선수 개개인의 모든 생활을 관리할 수 없습니다. 해서도 안 되겠지요. 그러나 프로야구 역사에 큰 전환점을 지난 현재, 선수들 스스로가 큰 경각심을 가지고 프로의식을 몸소 보여주어야 함은 분명합니다. 그에 따른 좋은 경기력은 본질적으로 야구를 ‘보아야’하는 야구팬의 입장에서 한국 프로야구를 판단할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프로야구에 질적 성장을 위해 더는 선수들에 관한 논란은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 돈 안 되는 스포츠: 프로야구 구단의 재정 구조
분명 2024시즌 야구팬들의 소비가 크게 늘고 구단들의 수익도 증가하였음을 우린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적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매출액이 늘어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매출액에서 영업비용을 제한 영업이익은 상황이 좋지 못합니다. 심지어 이번 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하고 ‘김도영’이라는 슈퍼스타를 앞장세워 입장 수입과 부가 수입 모두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한 KIA 타이거즈도 최종 영업이익 –4억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하였습니다. 사실 올 시즌이 이렇게 흥행하지 못했더라면 적자 수준은 상당히 높았을 것입니다. 한국 프로야구 전 구단 중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한 모든 팀이 모기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구단 운영 역시 모기업의 전폭적인 투자로 이루어집니다. 구단이 모기업에 지나친 재정 의존도를 보이고 결과적으로 영업적자를 지속적으로 보인다면 여러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그중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투자의 감소입니다. 모기업이 재정적으로 매년 손해를 감수해가며 구단에 돈을 보태주고 있는 상황은 모기업이 향후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전년 시즌에 워낙 큰 성공을 기록하여 가능성은 작지만, 재정 구조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정작 돈이 쏟아져야 할 앞으로의 시기에 발전을 위한 투자가 지속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성장세를 꺾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구단들이 경제적 자립을 실현하는 새로운 재정 모델 수립은 더 큰 흥행을 기대하는 구단과 야구팬 모두가 바라는 점일 것입니다.
“야구, 좋아하세요?”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공 하나에 웃고 우는 야구팬들이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무모해 보이고 허상을 좇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분명 그 공 하나엔 수많은 이야기와 각자의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단순히 승패를 가르는 공이 아닌 우리의 일상이 스쳐있고 웃음과 울음이 담겨있습니다. 더욱이 많은 사람들이 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야구를 통해 삶에 더 풍부한 이야기와 감정을 가지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잔디가 녹고 하늘이 맑을 봄, 우리 야구장에서 만나볼까요?
참고자료
- 논문
김은미, 권경은, 「문화자본과 확장된 '문화소비‘」, 2015
- 기사
김양희 기자,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천만 관중’ 시대 열었다‘, 한겨레, 2024.09.15
박종오 기자, ’‘천만 관중’ 시대 야구단은 돈방석?…10개 구단 재무제표 뜯어보니‘, 한겨레, 2024.09.18
서재원 기자, ’프로야구 '천만 관중시대' 열렸다‘, 한국경제, 2024.09.18.
뉴시스, ’폭발적인 팬 증가…입장 수입·굿즈 매출 '웃음꽃'‘, 조선일보, 2024.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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