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가장 큰 지리적 특징 중 하나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지형이라는 것입니다. 즉, 우리나라의 기후는 바다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최근 기온 상승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바로 해수면 온도의 상승입니다. 위의 표를 보면, 2014년 대한민국의 평균 해수면 온도는 17.2℃였고, 2024년에는 18.6℃로 약 1.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할까요? 바로 ‘엘니뇨’와 ‘라니냐’ 때문입니다.
아마 많은 사람이 엘니뇨와 라니냐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통 잘 모릅니다. 엘니뇨란 “태평양의 바닷물이 비정상적으로 뜨거워질 때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이 현상의 근본 원인은 바람입니다. 원래 적도 지역에는 ‘무역풍’이라는 바람이 일정하게 부는데, 이 바람을 통해 바닷물이 이동하고, 지구의 평균적인 온도가 유지됩니다. 그런데 엘니뇨가 발생하면 이 무역풍이 약해지거나 반대로 불게 되며, 바다의 온도 균형이 무너지면서 예상치 못한 이상 기후가 발생합니다. 라니냐는 엘니뇨와 반대로, 무역풍이 지나치게 강해져 바닷물이 너무 차가워지는 현상입니다.
이 중 대한민국의 해수면 온도 상승은 주로 엘니뇨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우리나라는 ‘쿠로시오 해류’의 영향을 받습니다. 쿠로시오 해류는 필리핀에서부터 일본을 따라 흐르는 따뜻한 난류인데, 이 해류의 일부가 대한민국 남해와 동해 남부까지 북상하며 수온을 따뜻하게 유지합니다. 그런데 엘니뇨가 발생하게 되면 바람과 해류의 세기가 변하면서, 쿠로시오 해류의 경로가 바뀌고, 대한민국 동해 쪽으로 더 많은 따뜻한 물이 유입됩니다. 쉽게 말해, 원래는 간접 난방을 통해 따뜻해졌다면 이제는 드라이어를 얼굴에 직접 쐬는 것처럼 훨씬 강한 열을 직접적으로 받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고, 여름이 더 길고 더 뜨거워집니다. 물론 이 외에도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대한민국 기상청과 해양과학원의 정기 보고서에 따르면 해수면 온도 변화가 가장 핵심적인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어떻게 변할까요? 기상청과 환경부에서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전 세계 평균보다도 빠르게 기온 상승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만약 온실가스 배출이 현재 수준으로 지속된다면, 21세기 말(2071~2100년)에 연평균 기온이 4.7℃ 증가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로 인해 평균 10.1일 정도였던 폭염 일수는 21세기 후반에는 35.5일로 증가하고, 벚꽃 개화 시기는 11.3일 빨라집니다. 소나무 숲 면적은 15% 감소하고, 벼 생산성은 2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는 제주에서만 재배되던 감귤이 강원도까지 재배 가능해지고,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이나 동물 매개 감염병, 수인성·식품 매개 감염병의 발생이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보고서는 2071년경의 상황을 예측하고 있지만, 기후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점차적으로 더 많은 문제가 생기고 악화될 것입니다. 어릴적 기후변화를 배울 때 많은 사람이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내가 죽을 때까지는 괜찮겠지.”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수많은 사람과 기업, 국가들 덕분에 이제는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기후로 인한 재앙을 마주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우리가 편안하게 살아가기 위해 이제는 기후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현재 세계 각국과 우리나라 역시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파리기후협정, 유엔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 등 여러 협정이 체결되었고, 대한민국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 수립, 녹색기후기금 지원 등의 활동을 진행 중입니다.
우리 같은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바로 “관심 가지기”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기후 변화 요인은 산업활동과 정책적 결정에서 비롯되므로, 개인이 실생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작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기후 문제에 민감한 관심을 보인다면, 사회와 기업, 그리고 세계는 바뀔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미래 세대를 위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자”고 했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지금은 바로 “우리 자신을 위해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 10년 내에 해산물은 일부 부자들만 소비할 수 있는 사치품이 되고, 여름철에는 학교나 직장에 가다가 더위에 쓰러질까 봐 걱정하는 날이 올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앞으로도 화창한 좋은 날을 지낼 우리를 위해 이 글을 시작으로 “기후 문제”에 조금씩 관심을 가져보길 바랍니다.
참고자료
- 기상청,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2020
- 기상청, 『기상기술정책 특집, 해양기후변화와 대응과 해양 감시, 관측기술』,2024
- 기상청 기후변화 감시과, [2024년 연 기후특성] 2024년, 우리나라 113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 역대 최고 기록 경신, 2025
- 기온 과거 관측 자료, 기상청 날씨누리
- 대한민국 외교부, 『기후변화협상』
- 이승호, 『기후학』, 푸른길, 2023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반도 해역 수온 및 해수면 변화 전망 연구』, 2018
- 마크 라이너스, 『6℃의 멸종』, 김아림(역), 세종,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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