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책과 함께하는 우연한 행복 속으로
수습위원 모혜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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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완연한 봄입니다. 싱그러운 기운과 향긋한 꽃내음이 가득한 계절. 마음이 설레고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기고 싶은 날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걷기 좋은 날씨에 가볼 만한 학교 근처 공간 소개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종이의 냄새, 손에 잡히는 촉감, 사르륵 책장 넘기는 소리 같은 종이책만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좋아합니다. 이 때문에 웬만하면 직접 책을 사서 읽고, 그렇게 구매한 종이책들이 나란히 진열되어 가는 것을 보면 뭔가 뿌듯합니다.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서점이나 책이 가득한 공간은 특히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데요, 이번 건빵레터에서는 요즘같이 포근한 날씨에 벤치에 앉아 슬그머니 꺼내보는 ‘책’과 관련된 공간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오늘 보여드릴 곳은 군자역 부근에 위치한 독립 서점 한 곳과 개인 카페 한 곳입니다. 책뿐만 아니라 두 공간의 공통점이 또 있는데, 바로 ‘예측할 수 없는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일반 대형 서점에서는 베스트셀러나 최근 주목 받는 책들이 평대 위에 놓이고, 사람들은 대부분 ‘이곳은 이러이러한 책들이 있겠지’, ‘이곳에서 무엇을 사야겠다’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서점에 찾아갑니다. 프랜차이즈 카페는 똑같은 레시피로 본사에서 정한 음료와 디저트를 만들고, 그렇기 때문에 같은 브랜드의 카페이면 어느 지점을 가든 음료의 맛이 비슷합니다.
이와 달리, 독립 서점은 각 주인장의 취향과 가치관, 그리고 해당 공간의 분위기에 따라 놓이는 책들이 다르며, 개인 카페의 경우 직접 방문해서 맛보기 전까지 어떤 메뉴가 있는지, 그 메뉴가 무슨 맛인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것은 종종 실패를 가져오기 때문에 시도하기 망설여질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연히 방문한 곳에서 나의 취향과 입맛에 맞는 무언가를 찾았을 때, 똑같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특별한 행복을 느끼게 되죠.
‘봄’이라는 계절이 주는 설렘 속에서, 따뜻한 햇빛과 살랑이는 바람을 느끼며, 변수가 주는 우연한 행복에 같이 빠져봅시다.
독립서점 <책방 파란>
일반 서점도 물론 좋지만, 독립 서점은 특별한 우연함을 더해주기 때문에 더 애정이 가는 것 같습니다. 어떤 책을 살지 정하지 않고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그날 하루는 더 행복해지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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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날, 푸른빛이 감도는 <책방 파란>에 방문했습니다. 살포시 문을 열면 아늑한 동굴 속으로 향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캄캄한 하늘을 보는 것 같기도 하구요.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가구와 벽지가 밤하늘보다 진한 검은색이어서, 이를 촘촘히 채우고 있는 책과 엽서의 다채로운 색감이 더 빛을 발합니다.
원래는 그림도 그리고 전시도 열 수 있는 개인 작업실로 이 공간을 구상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 허전하게 느껴져서 책방지기님이 가장 좋아하는 책들을 들여오기로 결심했다고 해요. 그래서 그런지 책방지기님의 취향이 담긴 책들뿐만 아니라 그림이나 음반, 페인트같이 보이는 것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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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원형 테이블에는 <책방 파란>의 푸른 분위기에 맞게 적당한 우울감을 다룬 책, 파란 표지를 가진 책들이 진열되어 있고, 이 외에도 베스트셀러나 최근 주목받는 책들도 이곳을 채우고 있습니다. 원형 테이블을 둥그렇게 돌아가며 살펴보면 책방을 방문했던 사람들이 글을 적어놓은 방명록이나 책방 파란의 로고가 그려진 스티커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스티커는 방문한 사람이면 누구든지 가져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고 어딘가 귀여워 보이는 토마토 책을 슬그머니 집어 품에 안고 나머지 공간들도 둘러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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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바로 옆에 놓인 짐백과 물결 모양의 큰 거울을 지나 쭉 배치된 책장을 따라 걸어봅니다. 책장 끝 검정고양이 인형이 놓인 까만 소파에도 앉아보고요. 유명한 책들부터 처음 보는 제목의 책들까지 다양하고 흥미로워 보이는 도서들이 줄지어 놓여있습니다. 사이사이 거치대에는 책을 소개하는 짧은 문구가 적혀 있기도 했어요.
밤하늘을 유영하는 듯한 기분으로 한참을 둘러보다 고른 책을 카운터에 내려놓고 계산을 끝내자, 검은색 카드 한 장을 책 속에 꽂아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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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파란>은 ‘재매입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책을 구매하면 이 카드를 함께 쥐여줍니다. 파란에서 구입한 도서들에 한해 다시 매입한다는 안내 문구가 적힌 카드로, 잘 보관하고 있다가 매입 시 같이 가져가면 된다고 해요. 책방지기님은 ‘시간이 지난 이야기들이 다음 주인을 맞이하는 그림을 위해’ 이 제도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고심하여 채택된 책들이 다 읽히고 난 후, 다른 사람과 좋은 이야기를 같이 나누고 싶다는 마음을 담고 이곳에 다시 들어오게 되는 것이죠. 독자 간의 또 다른 연결이 이루어지는 이곳, 뭔가 바다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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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지기 잉지님은 <책방 파란>이 독립 서점으로서 하나의 물결을 일으키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이 책방을 ‘물결과 파란을 일으키는 책방’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 이름에 맞게 이곳은 유유히 흐르는 물과 같은 공간입니다. 여기에서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만 머물 수 있어’, ‘뭔가를 사고 나가야만 해.’와 같은 규칙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짐백에 누워 핸드폰만 하다 가시는 분들, 소파에 앉아 몇 시간 동안 친구를 기다리다 가시는 분, 갑자기 들어와 울고 가시는 분….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만의 편안한 형태로 머물다가 떠나갑니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쉼이 필요할 때, 책과 함께할 수 있는 자유롭고 편안한 공간이 필요할 때, <책방 파란>에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요?
INFO
Instagram | @paran.ovo
Address | 광진구 긴고랑로 16길 58 모서리
인터뷰 전문 | brunch.co.kr/@swym/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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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고즈넉>은 특이하게도 카페에 책이 더해져 있는 공간입니다. 거기에 별도로 2층 공간까지 있어 이곳의 특별함이 더 돋보입니다.
카페에 들어가기 전, 건물의 외관에 있는 ‘언제고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커피 그리고 책’이라는 문구가 우리를 먼저 반겨줍니다. 문을 열면 코에 스며드는 커피 향을 뒤이어 달콤한 디저트가 눈에 띕니다.
다양하게 구성된 메뉴를 보며 한참을 고민하다 케이크 하나와 음료 한 잔을 주문한 후 찬찬히 공간을 살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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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단독주택을 개조하여 만든 카페라서 그런지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가득합니다. 색색들이 놓인 문학과지성사 시인선이 넓은 벽면 한쪽을 채우고 있고, 탁자에는 한강 작가의 책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구석의 작은 책상 위에는 LP판과 플레이어, 그리고 작은 꽃병이 한자리씩을 차지하고 있었고요. 크게 나 있는 창문으로 가득 들어오는 햇살은 포근한 느낌을 더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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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와 음료를 자리에 내려놓고 건물 밖에 있는 계단을 올라 위층으로 향했습니다. 주문을 받거나 메뉴를 만드는 곳이 없어 더 고요한 2층에서는 오롯이 책과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습니다.
문 바로 옆의 벽에는 문학동네 시인선이 오와 열을 맞춰 진열되어 있고,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책으로 꽉꽉 채워진 서재 같은 공간이 나옵니다. 마음껏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폭신한 소파와 담요, 차곡차곡 쌓인 책들,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까지….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도록 모든 것이 갖추어진 것 같습니다.
1층으로 내려와서 좀 전에 맡아놓았던 자리에 앉아 여유롭게 이곳의 분위기를 만끽합니다. 시집을 가져다가 읽어 보기도 하고, 챙겨온 책을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내 읽으며 디저트와 함께 즐기기도 했습니다.
카페가 골목 끝, 조금은 외진 위치에 있는데도 점심시간이 되니 사람들이 꽤 많아졌습니다. 고요함은 희미해졌지만 공간 특유의 아늑함과 편안함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완전한 고즈넉함을 즐기고 싶다면, 식사 시간 전후로 방문하는 것을 추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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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고즈넉>은 모든 베이커리를 직접 만들고, 음료도 수제청을 사용하여 만든 메뉴가 많아서 그런지, 가게 곳곳에서도 따스한 손길이 묻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독 나에게만 차가운 것 같은 세상에 지쳤을 때, 책과 함께할 수 있는 아늑한 분위기 속에 머물고 싶을 때, <책방고즈넉>의 문을 살며시 열어보는 건 어떨까요?
INFO
Instagram | @goesneok_official
Address | 서울시 광진구 동일로60길 41-13
시험도 끝나고 화창한 날씨에 산책하기 딱 좋은 요즘, 시원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책방 파란>과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 <책방고즈넉>에 한번 방문해 보세요. 취향에 꼭 들어맞는 공간을 찾아 더 근사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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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건대 」교지편집위원회kukyogi1984@naver.com서울특별시 광진구 능동로 120 건국대학교 제1학생회관 309호 수신거부 Unsubscri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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