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데이미언 허스트, 죽음을 기억하라
수습위원 이민규 |
|
|
안녕하세요, 건빵레터 구독자 여러분! 건빵레터가 한 주의 휴식기를 가지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찬 바람은 가고 뜨거운 햇살이 부쩍 다가왔음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환절기는 감기라는 불청객이 쉽게 찾아오는 시간이지요. 구독자님들 모두 몸 관리 잘하셔서 건강하게 새 계절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
|
|
오늘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지난 3월 20일부터 개인전을 진행하고 있는 영국의 예술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 1965~)와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인 죽음입니다. |
|
|
Damien Hirst ⓒPrudence Cuming Associates |
|
|
• 영국 현대미술의 아이콘이자 악동, 데이미언 허스트 데이미언 허스트는 영국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예술가로, 의도적이고 도발적인 작품을 통해 허무함과 아름다움, 죽음과 재생, 인간의 필멸을 다루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
|
|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을 졸업한 그는, 1991년 개인전과 1992년 ‘영국의 유명한 작가들(YBAs)’ 전시에서 포름알데히드가 가득 찬 수조에 상어를 넣은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대중들에게 ‘방부제 상어’로 알려진 이 작품을 통해 그는 터너상1)을 수상하며 세계가 주목하는 예술가의 위치에 오릅니다. |
|
|
그는 상어의 사체를 이용했던 것처럼 이후에도 동물들의 사체를 이용한 전시를 계속했습니다. 또한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비 약 9,000마리가 희생되었다는 사실 등이 알려지며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그의 작품이 지나치게 자극적이며 동물 학대라는 윤리적 문제를 지닌다고 비판합니다. 반면, 생명을 다한 사체는 예술에 활용될 수 있으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거장’이라는 칭호와 ‘예술계의 악동’이라는 별명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
|
|
Damien Hirst,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1991.
ⓒPrudence Cuming Associates. |
|
|
• 작품을 통한 죽음의 직시 앞에서 보았듯,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죽음”입니다. 그는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우리가 죽음에 대해 고민하게 합니다. 시신, 동물 사체, 해부된 장기 등 강렬한 이미지로 구성된 그의 작품은 늘 논란인 동시에 현대 사회 속 존재의 의미를 되묻게 만듭니다. |
|
|
앞서 소개한 상어를 이용한 작품,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은 우리에게 죽음을 상기시킵니다. 이 작품은 인간이 머리로는 죽음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가지만, 정작 자신의 죽음이 현실로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은 살아 있는 동안 몸으로 실감하지 못한다는 역설을 보여줍니다. |
|
|
그의 또 다른 작품 <천 년(A Thousand Years)>은 더 직접적인 묘사를 통해 죽음을 고민하게 합니다. 작품은 유리 진열장 속 두 개의 공간으로 구성됩니다. 한쪽에는 절단된 소머리와 전기 충격 장치가 설치되어 있고 반대쪽에는 파리와 구더기가 담긴 상자가 있습니다. 상자에서 나온 파리들은 소머리의 냄새에 이끌려 날아들었다가 전기망에 닿아 죽습니다. 그리고, 사체가 떨어진 자리에서는 다시 구더기가 태어납니다. 삶과 죽음은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공간 안에서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
|
|
그가 죽음을 직접적으로 들이대며 선사하는 충격과 불쾌감은, 우리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게 잊고 애써 무시하려 하는 진리를 직시하게 합니다. 모든 생명은 결국 죽음을 맞이하며, 죽음은 삶과 결코 멀리 있지 않습니다. |
|
|
Damien Hirst, A Thousand Years, 1990. ⓒPrudence Cuming Associates, DACS 2012 |
|
|
• 메멘토 모리, 유한하기에 소중한 삶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을 보며 제 휴대전화 비밀번호의 모티브가 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뜻의 메멘토 모리는 고대 로마 시대,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이 개선식을 할 때 전차 뒤에 선 노예가 반복적으로 속삭였다고 전해집니다. 지금은 영광스럽지만, 너도 결국 죽는다는 경고를 하는 것이지요. |
|
|
모든 존재는 유한하다는 한계를 지닙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소중함이라는 가치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만개했다가 지금은 흔적도 찾을 수 없는 벚꽃을 생각합니다. 매년 봄 우리를 찾아오는 벚꽃은 짧은 순간 절정을 맞이하고 끝내 운명을 다합니다. 만개한 벚꽃은 강렬하고 아름답지만 그 끝이 정해져 있기에 우리에게 그 순간이 더 소중히 다가옵니다. 꽃은 영원히 피어있지 않기에 아름답습니다. |
|
|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삶은 무한하지 않으며 결국 끝을 맞이합니다. 우리는 내일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내일이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삶은 소중하며, 이 값진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
|
|
저는 오늘도 휴대전화를 열며 죽음을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
|
|
1) 영국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상. 한 해 동안 가장 주목할 만한 전시나 미술활동을 보여준 영국 국적 또는 영국 활동 미술가에게 수여된다. |
|
|
• 추신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데이미언 허스트 개인전을 진행 중입니다. (‘26. 3. 20 ~ 6. 28) 예술을 통한 색다른 경험과 사유의 기회를 원하신다면 전시를 관람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
|
건국대학교 「건대 」교지편집위원회kukyogi1984@naver.com서울특별시 광진구 능동로 120 건국대학교 제1학생회관 309호수신거부 Unsubscribe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