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빵레터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름이 부쩍 다가왔습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 만큼, 여름맞이 쇼핑을 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최근 SNS에서는 유니클로와 세실리에 반센의 콜라보 컬렉션 <Shapes of Poetry>이 화두입니다. 세실리에 반센은 프랑스 패션과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기반으로 여성스럽고 현대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코펜하겐 브랜드인데요. 유니클로는 이번 콜라보가 세실리에 반센 특유의 감성과 유니클로가 추구하는 심플하고 세심한 디자인과 실용성을 담았다고 밝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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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두 장은 세실리에 반센 2026 S/S 컬렉션, 오른쪽은 유니클로 x 세실리에 반센 컬렉션 ⓒ Cecilie Bahnsen, UNIQL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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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패스트 패션의 대명사였던 SPA 브랜드가 하이엔드 디자이너와 본격적인 협업을 시작한 것은 2004년 H&M과 당시 샤넬과 펜디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칼 라거펠트의 컬렉션부터였는데요. 당시만 해도 패션 산업에서는 하이엔드 브랜드에서 대중 브랜드로 트렌드가 흘러 내려가는 위계가 비교적 뚜렷했습니다. 럭셔리 브랜드는 소수만을 위한 고급 패션의 영역으로 여겨졌고, H&M과 같은 SPA 브랜드는 빠르게 트렌드를 반영한 저가 의류를 판매하는 ‘패스트 패션’의 이미지가 강했죠. 그렇기에 칼 라거펠트가 SPA 브랜드와 협업한다는 사실 자체가 당시에는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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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l Lagerfeld x H&M 화보, 2004 ⓒ H&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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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협업 이후 패션 산업의 분위기는 이전과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에는 깐깐하고 괴짜 같은 이미지로 인식되던 칼 라거펠트는 새롭게 패션 셀러브리티로 자리 잡았고, H&M 단순히 저렴한 옷이 아닌 디자인 경험을 판매하는 브랜드로 이미지를 탈바꿈합니다. 이후 약 20년 동안 H&M은 스텔라 매카트니, 꼼데가르송, 지미추, 베르사체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이어왔고, 이는 브랜드 이미지와 매출에 주요한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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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의 디자이너 협업 컬렉션의 중심에는 유니클로가 서 있습니다. 유니클로는 현재 다양한 디자이너 라인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공고히 해오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유니클로 U’는 프랑스 브랜드 르메르의 디렉터 크리스토프 르메르와 사라 린 트란이 이끄는 라인으로, 간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실루엣이 특징입니다. ‘유니클로 : C’는 끌로에와 지방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지낸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이끄는 라인입니다. 기존 유니클로보다 도시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며 차별화를 보여주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영국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의 브랜드와 협업한 ‘유니클로 and JW 앤더슨’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조나단 앤더슨은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잘 알려진 인물인데요. 런던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인 만큼 영국 특유의 클래식한 스타일에 실용성을 더한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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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유니클로 U, 유니클로 : C, 유니클로 and JW 앤더슨 스타일링 샷. ⓒ UNIQL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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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흐름은 의류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특히 자라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자라 홈은 최근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 건축가들과의 협업을 이어오고 있어요. 벨기에 출신 건축가 빈센트 반 두이센과의 컬렉션은 2022년부터 매년 새로운 시리즈를 공개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의 스타일리스트이자 인테리어 디렉터인 콜린 킹과의 협업을 통해 자연스러운 소재와 부드러운 실루엣이 돋보이는 오브제 중심의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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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빈센트 반 두이센, 콜린 킹 협업 캠페인 컷. ⓒ Zara Ho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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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디자이너 협업은 SPA 브랜드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과거의 SPA 브랜드가 저렴하고 빠르게 유행을 따라가는 옷을 선보였다면, 최근의 SPA 브랜드는 협업을 통해 브랜드만의 고유한 감각과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실제로 유니클로는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2025년 총매출 약 32조 원을 달성하며 구찌, 발렌시아가, 생로랑, 알렉산더 맥퀸 등의 모회사인 럭셔리 그룹 케링(Kering)의 실적을 넘어섰습니다. 물론, 이러한 흐름을 모두가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만은 아닙니다. 하이엔드 브랜드의 디자인이 지나치게 빠르게 소비되면서 디자이너 브랜드만의 희소성과 정체성이 흐려진다는 의견도 존재하는데요.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이제 패션이 더 이상 일부 사람들만의 세계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런웨이나 명품 브랜드 매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던 디자인과 분위기를 이제는 유니클로와 자라 같은 SPA 브랜드에서 저렴하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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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쇼핑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평소 지나치듯 들어갔던 SPA 브랜드 매장을 조금 다르게 둘러보는 건 어떨까요? 재미있는 디자이너 협업 제품이나 새로운 감각, 스타일링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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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Nicole Phelps, “There’s Never Been a Bigger Year for High-Low Collabs”, Vogue, 2024.
- 김예슬, “SPA 브랜드의 고급화 전략, 소비자 경험을 바꾸다”, 아이컨슈머, 2025.
- Hamish Bowles, “클레어 웨이트 켈러의 유니클로”, Vogue Korea, 2024.
- 김수연, “유니클로, 역대 최대 실적… 케어링 넘는 매출 기록”, 동아일보, 2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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