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Reading에서 Viewing의 시대로
부편집장 모혜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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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레터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잡지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잡지를 뜻하는 영어 단어 ‘magazine’은 창고(storehouse), 저장소를 의미하는 프랑스어 ‘magasin’에서 왔는데요. 이를 보면 결국 잡지란 창고와 같이 여러 가지 내용을 담고 저장한다는 뜻을 지닌 셈입니다. 저희가 발간하고 있는 교지도 그 당시의 이야기를 기록해 남긴다는 데에서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죠. 사람들은 언제부터 이런 정보의 창고를 만들기 시작했을까요? * 잡지의 시초와 발전 과정은 자료마다 다소 차이가 있어, 이 글에서는 일부 자료의 기준에 따라 내용을 전개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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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잡지라고 하면 패션, 시사, 문화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책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잡지의 시작은 지금과 꽤 달랐습니다. 잡지 형태 출판물의 시초는 15세기 말 ‘루터(Luther)’가 발간한 소형 책자(Flugschrift)였어요. 루터는 이를 통해 종교개혁의 필요성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렸고, 그 결과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다고 해요. 대중을 향한 미디어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죠. 본격적인 잡지의 출현은 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후에야 이뤄졌어요. 독일에서 발행된 「Erbauliche Monaths-Unterredungen(교양성 있는 월간 토론)1)」(1663)과 프랑스에서 발행된 「Journal des sçavans(학자들의 저널)2)」(1665)를 최초의 잡지로 보고 있는데요. 이 잡지들은 대화의 형식으로 구성되거나 학술지의 성격이 강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1731년, 영국에서 ‘에드워드 케이브(Edward Cave)’가 「젠틀맨스 매거진(The Gentleman's Magazine)」을 창간하면서 처음으로 ‘magazine’이라는 이름이 정기간행물에 붙게 돼요. ‘창고’를 뜻하는 이름에 걸맞게 「젠틀맨스 매거진」은 여러 분야의 글을 모아 담는 형식으로 월마다 발행되었답니다. 이후 잡지는 정기성, 다양성, 연속성이라는 속성을 갖추며 서구 사회에서 정보를 전파하는 매체로 자리 잡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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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663년 독일의 신학자이자 시인인 ‘요한 리스트(Johann Rist)’가 발행함.
2) 1665년 프랑스 작가이자 변호사인 ‘드니 드 살로(Denis de Sallo)’가 발행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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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언제부터 잡지가 발간되었을까요? 우리나라의 잡지는 두 가지의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출발했는데요. 하나는 국민의 계몽이었고, 다른 하나는 국가의 자주와 독립을 수호하려는 민족주의 사상의 전파였어요. 이를 보았을 때 우리나라 최초의 잡지는 1896년 2월에 ‘대조선일본유학생친목회’가 창간한 「친목회회보」와 1896년 11월에 ‘독립협회’가 창간한 「대죠션 독립 협회 회보」라고 할 수 있어요. 「친목회회보3)」는 학술과 문예, 시사를 종합적으로 다룬 계간지로, 한국어로 발행된 최초의 잡지예요. 개화사상, 독립사상을 확립하고 과학기술을 전파하는 데 기여했죠. 「대죠션 독립 협회 회보」는 독립협회의 공식 의견이 반영된 회보로서 국내에서 발행된 최초의 잡지인데요. 근대문명과 과학 지식이 폭넓게 소개되었고 계몽적 성격을 띠었어요. 이러한 잡지들을 토대로 하여 본격적인 종합잡지와 전문지가 출간되기 시작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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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회에 관한 일을 그 회원에게 알리는 간행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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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친목회회보」 표지 / 오른쪽: 「대죠션독립협회회보」 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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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로 들어서면서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잡지가 더욱 대중화되기 시작했어요. 인쇄 기술이 발달하고,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며 지식인들만의 읽을거리였던 잡지가 중산층으로 넓게 퍼져 나갔죠. 초기의 정기간행물 대부분이 소수의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여 계몽·학술적 성격을 지녔다면, 이 시기의 잡지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재미와 오락을 제공하여 독자층을 넓혀 나갔어요. 이에 더해, 광고가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잡지는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되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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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국에서는 잡지의 발행이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답니다. 1910년대 일제의 무단통치 아래에서는 잡지를 펴내는 것 자체가 어려웠고, 심지어 활발하게 발행되고 있었던 여러 종류의 일간지들이 모두 폐간되었어요. 일반 종합잡지의 발행이 어려웠기 때문에 종교 잡지와 일본에서 유학생들이 발행한 잡지가 중심을 이룰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무단정치에서 문화정치로 전환되면서 종합잡지의 발간이 잠시 활기를 띠다가, 1937년 중·일 전쟁으로 인해 잡지계에 암흑이 다시 찾아왔어요. 이 시기에는 황국신민화가 추진되면서 대부분의 국내 잡지가 일문으로 발행되고, 얼마 되지 않는 한글 잡지조차도 친일적인 색채를 띠며 본래 언론지로서의 취지를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잡지는 계속 성장하고 발전해 왔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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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광복 이후 잡지계는 새로운 출발의 움직임을 보였어요. 항공 잡지, 사진 뉴스지 등 다양한 종류의 잡지가 활발하게 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흐름은 한국전쟁 시기에도 이어졌는데요. 사회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인 잡지 경영인들이 등장하여 더 특색있는 잡지들이 만들어졌죠. 부산과 대구에서 창간되었던 잡지들이 수복 후 서울로 발행지를 옮기며 잡지의 명맥이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했답니다. 이 시기에 발행된 대표적인 잡지로 「사상계」가 있는데, 이는 학계·문화계에 많은 문필가를 배출한 공적을 남기며 우리나라 잡지사에 큰 획을 그은 종합 교양지로 평가받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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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970년대에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주간지가 유행했고,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각종 매체의 보급과 더불어 읽는 잡지만이 아니라 ‘보는 잡지’로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중간에 언론 통폐합이라는 어려움이 또다시 찾아왔지만 80년대 후반부터 언론의 자율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잡지 시장의 규모가 커지게 돼요. 그리고 1990년대 이후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을 응용한 전자 잡지가 등장했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잡지가 온라인 공간에서 손쉽게 소비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SNS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발행하는 디지털 잡지도 늘어나면서, 잡지는 더 이상 특정한 형태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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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시대가 변할수록 잡지의 형태와 전달 방식도 계속 변화해 왔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종이 잡지를 발간하는 집단에 속해있으면서, 온라인이 종이의 자리를 밀어내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디지털 매체의 확산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본 적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흐름을 완전히 거스를 수 없는 시기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체를 바라보는 독자의 방식도, 그 안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의 시선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으니까요. 그래서 ‘건대교지’도 이 흐름에 맞춰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을 조금씩 바꾸어보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 물살에 휩쓸려 가라앉지 않고 고유한 ‘우리’를 만들어 낼지는 계속 고민해야겠지만요. 앞으로 달라질 ‘건대교지’의 모습도 따뜻한 관심으로 지켜봐 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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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국가유산포털, “대조선독립협회회보”, https://www.heritage.go.kr/heri/cul/culSelectDetail.do?pageNo=1_1_1_1&sngl=N&ccbaAsno=0005120000000&ccbaCpno=4411105120000, 2026.06.06.- 국가유산포털, “친목회회보”, https://www.heritage.go.kr/heri/cul/culSelectDetail.do?pageNo=1_1_1_1&sngl=N&ccbaAsno=0005110000000&ccbaCpno=4411105110000, 2026.06.06.- 우리역사넷, 신편한국사>근대>46권 신문화운동 Ⅱ>Ⅰ. 근대 언론활동, https://contents.history.go.kr/front/nh/view.do?levelId=nh_046_0020_0020_0030_0030, 2026.06.06.- 한국잡지박물관 소장자료 DB, 잡지 역사관, http://archive.magazine.or.kr/magazine/history.do, 2026.06.06.- Britannica, “Magazine publishing”, https://www.britannica.com/topic/publishing/Magazine-publishing, 2026.06.06.- Britannica, “The 19th century and the start of mass circulation”, https://www.britannica.com/topic/publishing/The-19th-century-and-the-start-of-mass-circulation, 2026.06.06.- 2021 Book Archive, “History of Magazine Publishing”, https://2012books.lardbucket.org/books/culture-and-media/s08-01-history-of-magazine-publishing.html, 2026.06.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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